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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쌍용차 출신 낙인…‘당당한 아빠’ 꿈마저 가물

등록 2012-01-30 21:26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박수혁씨(가명)가 2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신장동 집 앞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박수혁씨(가명)가 2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신장동 집 앞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해고 3년째’ 수혁씨의 바람
정리해고에 곤두박질친 삶
동거 2년만에 헤어진 아내
젖먹이는 돌 삼켜 큰수술…
돈 까먹고 보증금 줄여 연명
아이는 어린이집도 못 보내
취직
“형님, 어떻게 됐어요?”

“그쪽에서 채용하기 부담스러워하네. 쌍용차 해고자라고….”

박수혁(가명·39)씨는 혹시나 했던 기대를 이내 접었다. ‘처음 겪은 일도 아닌데 뭐.’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뒤 몇몇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늘 같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쌍용차 출신은 좀 그러네요… .”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일반 회사에는 취직이 안 되겠다 싶어 단념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아는 형님이 일자리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이력서를 넣었던 것이다. 역시나 그쪽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정말 다들 너무하네… .’

박씨는 2001년 첫 직장인 쌍용자동차에 입사해 조립 파트에서 8년간 일했다. 그때까진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2007년 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과 사랑을 했고 아기가 생겼다. 둘은 결혼식은 미루더라도 일단 아이를 낳고 함께 살기로 했다. 2008년 2월, 예쁜 딸을 얻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성격 차이로 종종 다투다 싸움이 잦아지면서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져갔다. 게다가 아이가 7개월 때 집안의 화분에 있는 공깃돌을 삼켜 돌이 폐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를 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면서 부부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둘은 끝내 성격 차이를 이기고 못 하고 2009년 5월 헤어졌다. 2년간의 짧은 사랑 끝엔 딸 아이만 박씨 곁에 남았다.

당시는 회사 안에서 정리해고설이 나돌아 뒤숭숭하던 시절이었다. ‘회사 차를 사면 인사고과에 반영돼 해고 대상자에서 빠질 수 있다’는 등 온갖 소문이 돌았다. 박씨는 ‘별일 있겠나’ 싶어 그저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이른바 ‘살생부’가 나왔다. 해고자 명단에 박씨 이름이 포함됐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매제는 이른바 ‘산 자’가 됐다. 어린 딸을 혼자 키워야 하는 박씨는 앞이 막막했다. 명단이 나오기 전에는 ‘혹시라도 해고되면 다른 일 못하겠나’ 싶었는데 당하고 보니 억울함을 견딜 수 없었다. 박씨는 결국 동료들과 함께 총파업 투쟁에 들어갔다.

그해 여름, 77일간의 투쟁으로 쌍용차 노사는 큰 상처를 입었다. 박씨도 끝내 복직하지 못했다. 파업 이후에도 동료 해고자들과 지금까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일반 회사는 취직이 안 돼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공공근로를 하면서 지금까지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리해고 이후 박씨의 삶은 곤두박질쳤다. 퇴직금으로 받은 돈과 회사에 다닐 때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직장인대출을 받은 돈이 모두 7000만원 정도 됐지만, 3년간 아이를 키우느라 바닥이 났다. 보증금 500만원짜리 월셋집에 살다가, 지난해 4월 보증금 300만원짜리 집으로 옮겼다.


신용 상태가 나빠져 박씨는 결국 두 달 전부터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매달 법정분할상환금 20만원과 대출상환금 30만원, 월세 30만원까지 한 달에 80만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여기에 아이 양육비와 생계비까지 지출해야 하니 아무리 일을 해도 적자가 쌓이는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씨는 정부에서 주는 차상위계층 지원 혜택을 받으려고도 했지만, 2005년에 구입한 크레도스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의 이동을 위해서는 차가 꼭 필요해서, 차상위계층 지원 혜택을 받으려고 차를 처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씨에게 당면한 문제는 쌍용차 복직과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 그리고 아이 교육 세 가지다. 형편 때문에 네 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있다. 박씨는 “아이 양육 때문에 출퇴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하려고 하는데, 인터넷이나 취업정보지를 뒤져봐도 나이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일용직 일자리는 겨울이라 일감이 많지 않다. 그는 “날 풀리면 일거리가 좀 많아지지 않겠느냐”며 “빨리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나 동생은 힘들게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박씨를 걱정한다. 그래도 박씨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다. “가끔 딸과 회사 근처를 지나가면 ‘저기가 아빠가 일했던 곳’이라고 말해주곤 하죠. 꼭 복직해서 아이에게도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평택/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기억상실 미혼모 돕기 900만원 모금
한달간 703명 온정 보내와

기억을 잃은 사이 생긴 아이를 홀로 낳고 키우며 자립을 꿈꾸는 미혼모 김영주(가명)씨의 사연(<한겨레> 12월29일치 14면)이 소개된 뒤 김씨를 돕겠다는 독자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모두 150명이 후원 계좌에 658만8190원을 입금했고, 553명이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243만원을 모금(수수료 10% 제외)했다. 여기에 ‘바보의 나눔’에서 지원한 1071만1810원을 더한 20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후원계좌와 자동응답전화를 통해 접수되는 성금 및 각종 지원은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에 사연이 소개된 이에게만 전액 전달된다. 사례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독자와 직접 연결은 안 되며, ‘바보의 나눔’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경미 기자


희망을 나눠요
060-700-1225로 전화하거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뒤, 딸 아이를 홀로 키우며 힘겹게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박수혁(가명)씨에게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공동으로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전문모금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이 모금 창구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도우려면 자동응답전화(ARS·한 통화 5000원) 060-700-1225로 전화를 하시거나, 자동응답전화 번호와 숫자가 같은 후원계좌 060-700-1225(기업은행·예금주 바보의 나눔)로 직접 송금하시면 됩니다.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 가정은 바보의 나눔으로 전화(02-727-2503~8)를 하시거나 전자우편(babonanum@catholic.or.kr)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바보의 나눔>은 민간단체 최초로 법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지정되었습니다. 법정기부금은 개인의 경우 기부금액의 100%, 법인은 50%까지 비용으로 처리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7월1일 이후 기부한 후원자들 중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원할 경우 재단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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