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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철없던 과거는 악몽…아이와 밝은 미래 꿈꿔요

등록 2011-09-08 21:54수정 2011-12-28 22:54

‘10대 미혼모’ 혜진(17·가명)이가 16개월 된 아들 준석(가명)이를 업은 채 엉덩이를 토닥이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0대 미혼모’ 혜진(17·가명)이가 16개월 된 아들 준석(가명)이를 업은 채 엉덩이를 토닥이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바보의나눔-한겨레 공동캠페인
‘17살 미혼모’ 혜진이의 포부
부모 이혼뒤 중2때 가출·임신
출산뒤 남자친구 학대로 고통
‘막노동’ 외할머니와 셋이 살아
서점에 간 혜진(17·가명)이는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집어들었다.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국어시간에 배우고 있겠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혜진이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을 서점에서 찾아 읽으며 친구들과 진도를 맞추고 있다. 소설을 다 읽은 혜진이는 육아서적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16개월 된 사랑스러운 아들 준석이(가명)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혜진이는 청소년이다. 그리고 엄마다. 사람들은 혜진이를 ‘10대 미혼모’라고 부른다. 가끔 준석이를 데리고 여의도 한강공원에 나가면 사람들이 동생이냐고 묻는다. “아들이에요”라고 하면 금세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참는다. 내일도 준석이를 업고 집 밖으로 나갈 거다.

7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혜진이는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런데 중2 때 찾아온 반항기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할머니는 항상 일을 나갔기 때문에 집에 가면 늘 혼자였던 혜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좋았고 결국 가출을 감행했다. 여러 친구들과 조그만 방에서 살던 중 어느 날 친구가 고등학교 오빠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혜진이는 그 중 자기에게 잘해주는 한 오빠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컥, 아이를 가졌다.

혜진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외할머니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다가 5개월째 실토했다. 할머니는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도 낙태하라고 했다. 혜진이는 낙태하는 게 무서웠고, 또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애 아빠가 너무 좋았기도 했고…, 아이를 지우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혜진이는 지난해 4월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 준석이를 낳았다. 그곳에 있는 언니들에게 육아법을 배웠다. 5개월 뒤 시설을 나왔다. 가정을 꾸릴 생각으로 남자친구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엄마는 혜진이를 무척 싫어했다. 욕설을 뱉는 건 물론이고 손찌검도 잦았다. “아줌마(남자친구의 엄마)는 제가 오빠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집에서 잘 지내보려고 시키는 일도 열심히 했는데… 그 땐 정말 죽고 싶었어요.” 남자친구도 화가 나면 자신을 때렸다. 아줌마는 지켜만 봤다. 그 집에 계속 있으면 아이도 위험할 것 같았다. 혜진이는 결국 5일 만에 나와 다시 외할머니에게로 돌아갔다.

예순다섯인 외할머니는 혜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큰 존재다. 가출했다가, 시설에 갔다가, 남자친구집에 갔다가 결국은 외할머니 품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로 건설현장에 나가 벽돌을 옮기며 막노동일을 한다. 매일 새벽 5시, 혜진이가 눈뜨기 전에 나가 해가 진 저녁 8시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신다.

“대학도 가고 좋은 엄마 되고파”
검정고시 준비하며 새 삶 시작

억척같이 일하는 할머니 덕분에 한 달에 100만원 남짓 수입이 생긴다. 이걸로 방세 60만원을 내고 나머지를 생활비, 육아비로 쓴다. 물론 턱없다. 빚이 계속 생긴다. 그나마 이달부터 혜진이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50만원씩 돈이 들어온다. 혜진이는 그동안 한 달씩 밀리고 있는 준석이 예방접종부터 맞힐 생각이다. 야식배달을 하는 남자친구는 가끔 연락을 하지만 할머니는 남자친구를 용서하지 않는다. 혜진이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할머니한테 너무 고맙고 그동안 속 많이 썩여 미안해요.” 혜진이는 할머니와 준석이를 위해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다. 지난해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내년 4월 합격을 목표로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느라 공부하는 속도는 늦지만, 친구들과 같은 해에 대학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가능하다면 경영학과를 졸업해 은행원이 되는 게 혜진이의 꿈이다. 돈 많이 벌면, 할머니 편하게 해드리고 집에는 준석이 기저귀를 쌓아두고 싶다고 한다.

혜진이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달라졌다. 소식이 끊긴 엄마도 가끔 생각난다고 한다. “외동으로 자라서 버릇없다는 소리도 듣곤 했는데, 아이가 있으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참을성도 많아졌고요. 준석이한테 꼭 좋은 엄마가 될 거예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희망을 나눠요

060-700-1225 전화하거나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도 절망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혜진이와, 그런 혜진이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외할머니에게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공동으로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전문모금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이 모금 창구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도우려면 자동응답전화(ARS·한 통화 5000원) 060-700-1225로 전화를 하시거나, 자동응답전화 번호와 숫자가 같은 후원계좌 060-700-1225(기업은행·예금주 바보의 나눔)로 직접 송금하시면 됩니다.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 가정은 바보의 나눔으로 전화(02-727-2503~8)를 하시거나 전자우편(babonanum@catholic.or.kr)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바보의 나눔>은 민간단체 최초로 법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지정되었습니다. 법정기부금은 개인의 경우 소득의 100%, 법인은 소득의 50%까지 비용으로 처리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경미 기자

‘꿋꿋한 삶’ 미혼모 김씨에 685만원 모금

한달간 478명 온정 보내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엄마, 동생들과 함께 집을 나와 살다가, 떠난 연인의 아이를 홀로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미혼모 김씨의 사연(<한겨레> 8월4일치 14면)에 많은 이들이 가슴아파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동생들의 빚까지 감당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김씨에게 후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87명이 후원 계좌에 513만7997원을 입금했고 391명이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190만원을 모금했다. 모금 총액에서 자동응답전화 수수료(10%)를 뺀 684만7997원에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지원금 1315만2003원을 더해 모두 2000만원을 김씨 가족에게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후원계좌와 자동응답전화를 통해 접수되는 성금은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에 사연이 소개된 이에게만 전액 전달되도록 등록돼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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