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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리사학-퇴직 교육관료 ‘악어와 악어새’

등록 2011-09-13 21:44

지난 8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 복도에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지난 8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 복도에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in]
교과부 고위직이 임시이사로
분쟁 휩싸인 재단 ‘방패막이’
2002년 9월 강동대학(옛 극동정보대학)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학교 건물의 냉난방 시설은 가동되지 않았다. 대학 당국이 수년 전부터 짓겠다고 공언한 기숙사는 착공은커녕 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학생·직원이 한데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단의 온갖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진 교과부 감사에서 설립자 일가의 100억원대 교비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2003년 2월 교과부는 이 학교 이사진을 모두 해임하고 7명의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교과부 고위 공무원 나아무개씨도 임시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나씨를 포함한 임시이사진은 설립자 일가가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임시이사의 임기는 보통 2년이지만, 강동대학 임시이사들은 임기 1년 만에 대학을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2004년 2월 임시이사회는 교과부 장관 추천 3명, 대학 구성원 추천 2명, 설립자 추천 2명으로 새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극동학원 정상화 이행 합의서’에 서명했다.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설립자 류택희씨는 이후 학교를 다시 장악해갔다. 교과부 추천을 받은 새 이사장은 재단 쪽 교수들의 압박에 밀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비리재단 퇴진투쟁에 앞장선 교수 4명은 해임됐다. 2008년 12월 설립자 류씨는 재단 이사장에 공식 복귀했다.

 교과부 파견 임시이사였던 나씨도 다시 강동대에 돌아왔다. 교과부를 퇴직한 나씨는 지난해 8월 강동대학 유아교육과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나씨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강동대 총장은 설립자 류씨의 딸이다. 나씨는 지난해 2학기부터 ‘유치원 운영관리’라는 이름의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선정된 강동대학은 어느 때보다 교과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비리·분쟁 사학에 취업하는 퇴직 교육관료는 곳곳에 있다. 2003년 가을 교과부는 4년제 사립대학인 광주여자대학에 대한 감사에서 19억여원의 교비 불법지출 사실을 적발했다. 교과부 감사 직후인 2004년 3월 재단 쪽은 전직 교육관료를 대학 총장에 임명했다. 2000~2001년 교과부 차관을 지낸 김상권씨가 광주여대 총장이 됐다. 김씨가 광주여대 총장이 됐을 때, 대학 부총장은 설립자 오치석씨의 장남이 맡았다. 설립자의 세 아들, 며느리, 사위, 외손자, 처조카 등이 광주여대 교수 또는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김 총장이 직접 채용을 승인한 경우도 있다. 설립자 오씨 일가는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현재 광주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퇴직뒤엔 총장·교수직 취업
비리의 당사자로 변하기도

 교육관료의 범위를 중앙부처를 넘어 각 지역 교육청으로 넓히면 비리·분쟁 사학 취업 사례는 더 많아진다. 경북과학대학은 경북 칠곡에 자리잡은 사립 전문대다. 지난해 9월 교과부는 전임 총장과 이사장의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던 경북과학대에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일하다 퇴직한 도정기씨도 임시이사 가운데 하나였다. 도씨와 함께 대구시교육청 등에서 일한 동료·후배 교육관료, 과거 다른 대학 임시이사로 도씨와 함께 일했던 지인, 도씨의 석·박사 논문을 지도했던 교수 등도 임시이사가 됐다.

 지난 3월 임시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도씨를 경북과학대 총장에 추대했다. 임시이사는 비리와 부정으로 망가진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관료 출신으로 교과부의 명을 받아 임시이사가 된 도씨는 스스로 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들은 도 총장의 학교 정상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경북과학대 자료를 보면, 취임 뒤 도 총장은 전문대 총장인데도 4년제 대학 총장 수준의 연봉을 받고, 지인들의 경조사비 800만원을 포함해 전임 총장보다 3배 더 많은 28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한 학기에 지출했다. 경북과학대 교수협의회 및 이 대학 노조는 도 총장을 비롯한 임시이사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청원했다. 교과부에 임시이사진 교체도 요구했다.


 2009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퇴직한 서용범씨는 지난해 2월 사립 전문대학인 부산정보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서씨의 총장 취임 직전인 2008년 8월 이 대학 설립자 강기성씨는 교비 1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비리 사학의 하나였던 부산정보대는 서 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교과부가 주관하는 ‘국제화 거점 전문대학 육성사업’과 ‘대학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반면 서 총장이 퇴임한 올해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돼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일부 대학 퇴직관료 초빙 ‘단골’‘
부실사학 퇴출’ 저지 로비 여지

 전재욱씨가 설립한 학교법인 경동대학교와 학교법인 경복대학교는 퇴직 교육관료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재단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 두 재단이 거느린 각 대학은 퇴직 고위 관료들을 단골로 취업시켰다. 두 법인은 4년제인 경동대와 전문대인 동우대·경복대 등 3개 대학과 2개의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전문대인 경문대(현 국제대)도 운영했다.

 교과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이보령씨는 1999년 8월부터 경복대 총장을 맡았다. 이준해 전 서울시교육감은 2000년부터 4년 동안 경문대 총장을 맡았다. 교과부 국장 출신 송수갑씨가 뒤이어 2년 동안 경문대 총장을 맡았다. 1993~1995년 교과부 차관을 지낸 이천수씨는 2001년 경문대 이사장을 맡았다.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낸 박경재씨는 2008년 퇴직 직후 동우대 총장에 취임했다. 신아무개 전 교과부 과장은 경복대 기획실장으로 재직중이고, 강아무개 전 교과부 서기관은 경동대 법인국장과 경문대 부학장을 지냈다. 이들 사학의 설립자인 전재욱씨는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교비횡령·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퇴직 교육관료가 사학 비리의 당사자가 되는 일도 생긴다.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노승회씨는 2003년 경기 오산시의 전문대학인 오산대학 총장에 취임했다. 교과부는 2005년 감사에서 오산대의 교비 불법지출 등을 적발했다. 노 총장은 대학 내 건축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체가 건넨 리베이트 8900만원을 대학 직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2006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학은 200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이사진에는 교과부가 파견한 교육관료들도 포함돼 있다.

 유신재 이재훈 기자 ohora@hani.co.kr, 민보영 곽영신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전관예우 막는 법교육관료엔 없다

비리·분쟁사학 전관예우 주요사례
비리·분쟁사학 전관예우 주요사례
공직자윤리법 대상에 없어
로비스트화 막을 제도 필요

그동안 ‘전관예우’ 논란의 대상은 주로 고위직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이나 고위 공무원의 일반기업체 취업에 쏠렸다. 올해 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계의 전관예우는 이제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이 공직자윤리법이다. 고위 공직자가 재직 중에 다뤘던 업무와 관련된 기업·단체에 퇴직 이후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이 법의 뼈대다. 현직 공무원이 퇴직 이후를 대비해 관리감독 대상인 기업에 특혜를 주거나, 기업에 취업한 뒤 출신 부처의 후배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는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을 현행보다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 오는 9월30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개정된 법은 공무원의 취업제한 범위를 기존의 자본금 50억원, 매출 150억원 이상 영리기업뿐만 아니라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으로 확대했다. 다만 심사를 거쳐 취업을 허용하는 예외조항과 업무연관성에 대한 엄격하지 못한 심사 관행 등 퇴직 공직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있다.

그나마 개정법 역시 대학에 재취업하는 퇴직 교육관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은 비영리 법인이므로 고위 공직자의 취업제한 업종에서 아예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퇴직 공무원이 풍부한 행정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재정지원 등 사학재단의 핵심적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업무를 하는 교과부 공무원의 대학 취업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퇴직 교육관료들이 순수 학문 연구를 위해 대학에 자리잡기보다는 총장이나 기획처장 등 보직을 맡아 대학의 로비스트 노릇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별개로 교육관료들의 전관예우를 막을 새로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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