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쟁 〈상〉민족방위사령부
통일카페 필독서 ‘두개의 전쟁…’엔 무슨 내용이
통일카페 필독서 ‘두개의 전쟁…’엔 무슨 내용이
“UFO는 북의 무기” 주장도
변호인 “이적 행위라기엔…” 1980년대 이른바 ‘주체사상파’의 필독서는 <강철서신>이었다. 당시 서울대생 김영환이 북한 단파 라디오를 남몰래 청취하여 그 내용을 ‘팸플릿’으로 펴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건한 사회운동까지 전면 봉쇄하여 가장 극단적인 운동이념을 가장 호소력 있게 만든” 시절이었다. 2010년대 ‘통일카페’ 또는 ‘친북카페’ 회원들은 <두개의 전쟁전략>을 읽는다. 중견 건설회사에 다니던 황아무개(43)씨가 썼다. 황씨는 ‘사이버 민족방위사령부’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사령관’으로 불린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12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다. A4 용지 220여쪽 분량의 <…전쟁전략>은 핵무기·미사일 등 군사적 테마를 중심에 두고 북한의 대외전략을 분석한다. 황씨는 북한이 미국내 ‘유대(인)자본’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두개의 전쟁’이란 북한과 유대자본, 중동과 유대자본이 벌이는 두개의 전쟁인 동시에 북한이 ‘오픈트랙’(공개적 방식)과 ‘클로즈트랙(비공개 방식)의 양면에 걸쳐 대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씨는 이 글에서 “유대자본에 맞설 수 있는 힘은 물리적 군사력이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며 북한 정치·이념에 대한 특별한 분석 없이 곧바로 핵무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북한의 군사력 경쟁을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유튜브> 동영상, <뉴욕 타임스> 등 외신, <연합뉴스> 등 국내 보도를 해설하는 방식인데, 상당 부분은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 가운데는 △미국의 영토 분할이 진행되어 북한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차지하게 된다 △최근 목격되는 미확인비행물체(UFO)는 북한이 개발한 ‘신묘한 무기’다 △이밖에도 북한은 스텔스잠수함·핵융합장치 등을 이미 개발·보유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직접 (사이버 민족방위사령부) 카페에 글을 써왔다 등의 내용도 있다. 황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변호인은 “북-미 핵대결 분석에 지나치게 집착한 상태에서 낭만적 민족주의에 심취한 나머지 객관성·합리성을 상실하고 자의적·허구적·공상적 추측을 표현했을 뿐, 이적 행위의 목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부 허구적이고 과장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일부 내용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경계심 없이 읽을 경우 그 내용에 현혹될 수 있다”며 지난 6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유에프오로 미국과 전쟁을 벌여 캘리포니아를 차지한다는 허구·과장에 현혹될 일반인을 염려한 셈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변호인 “이적 행위라기엔…” 1980년대 이른바 ‘주체사상파’의 필독서는 <강철서신>이었다. 당시 서울대생 김영환이 북한 단파 라디오를 남몰래 청취하여 그 내용을 ‘팸플릿’으로 펴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건한 사회운동까지 전면 봉쇄하여 가장 극단적인 운동이념을 가장 호소력 있게 만든” 시절이었다. 2010년대 ‘통일카페’ 또는 ‘친북카페’ 회원들은 <두개의 전쟁전략>을 읽는다. 중견 건설회사에 다니던 황아무개(43)씨가 썼다. 황씨는 ‘사이버 민족방위사령부’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사령관’으로 불린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12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다. A4 용지 220여쪽 분량의 <…전쟁전략>은 핵무기·미사일 등 군사적 테마를 중심에 두고 북한의 대외전략을 분석한다. 황씨는 북한이 미국내 ‘유대(인)자본’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두개의 전쟁’이란 북한과 유대자본, 중동과 유대자본이 벌이는 두개의 전쟁인 동시에 북한이 ‘오픈트랙’(공개적 방식)과 ‘클로즈트랙(비공개 방식)의 양면에 걸쳐 대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씨는 이 글에서 “유대자본에 맞설 수 있는 힘은 물리적 군사력이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며 북한 정치·이념에 대한 특별한 분석 없이 곧바로 핵무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북한의 군사력 경쟁을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유튜브> 동영상, <뉴욕 타임스> 등 외신, <연합뉴스> 등 국내 보도를 해설하는 방식인데, 상당 부분은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 가운데는 △미국의 영토 분할이 진행되어 북한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차지하게 된다 △최근 목격되는 미확인비행물체(UFO)는 북한이 개발한 ‘신묘한 무기’다 △이밖에도 북한은 스텔스잠수함·핵융합장치 등을 이미 개발·보유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직접 (사이버 민족방위사령부) 카페에 글을 써왔다 등의 내용도 있다. 황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변호인은 “북-미 핵대결 분석에 지나치게 집착한 상태에서 낭만적 민족주의에 심취한 나머지 객관성·합리성을 상실하고 자의적·허구적·공상적 추측을 표현했을 뿐, 이적 행위의 목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부 허구적이고 과장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일부 내용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경계심 없이 읽을 경우 그 내용에 현혹될 수 있다”며 지난 6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유에프오로 미국과 전쟁을 벌여 캘리포니아를 차지한다는 허구·과장에 현혹될 일반인을 염려한 셈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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