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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트위터 하다보니, 정치가 야구만큼 재미있더라

등록 2012-01-02 21:06수정 2012-01-03 10:35

2012 트위플 혁명 ②
지난해 8월, 기아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순위 2·3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정희숙(가명·27)씨는 기아 투수 윤석민을 좋아했다. 윤석민을 ‘팔로’(추종)하기 위해 정씨는 트위터를 시작했다.

트위터는 프로야구 말고 다른 세상도 보여줬다. 정씨가 팔로하는 ‘트친’(트위터 친구)은 3500명이다. 대부분 트위터에서 처음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정치 관련 정보·의견을 트위터에 올렸다. 정씨는 정치 글 읽는 재미에 빠졌다. 두 시간에 한 번씩 ‘타임라인’(시간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트위트 모음)을 확인하고, 그 가운데 30~50%를 정독한다. 그는 이제 프로야구만큼 정치를 좋아한다.

그사이 그는 ‘무당파’가 됐다.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정씨는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찍었다. 트위터 사용 이후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 “여러 글을 읽다 보니까 민주당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정씨의 정치적 더듬이는 예민해졌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옳은 것인지 거듭 검토하는 버릇이 생겼다.

원래 정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대표 뉴스만 봤다. 이젠 트위터에서 뉴스를 선택한다. 트친들이 ‘한마디’ 논평을 덧붙여 기사를 추천한다. 여러 추천을 참고하여 정씨는 읽고 싶은 기사를 클릭한다. 트위터 담론 경쟁에 의해 걸러진 뉴스만 접하는 것이다.

최근 정씨의 타임라인을 채운 이슈는 ‘정봉주 전 의원 수감’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정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들었다. “나꼼수는 적나라하게 알려주니까요.” 그렇다고 ‘나꼼수’에 휘둘리지는 않는다고 정씨는 말했다. “무조건 믿진 않아요. 관련 내용을 직접 찾아보고 종합해 판단하죠.”

얼마 전 아버지에게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드렸다. 아버지의 관심 정치인인 문재인·문성근 등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 팔로 관계도 맺어드렸다. 부녀 사이에 정치를 논하는 일이 많아졌다. 평범했던 부녀는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시민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씨는 광주광역시 어느 사회복지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월급은 100만원이 안 된다. 프로야구에 열광하던 정씨는 이제 현실을 개선해줄 정치적 대안을 찾고 있다. “대선 때는 후보별로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생각이에요.” 트위터가 그 선택을 도울 것이라고 정씨는 기대한다. 무한하게 연결된 트위터의 민주적 담론 경쟁이 그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정씨를 닮은 400만여 트위터 사용자와 함께 한국 사회도 바뀌고 있다. 트위터 담론 경쟁이 어찌 돌아가는지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별천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지하철을 이용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에스엔에스(SNS)로 정보·의견을 얻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하철을 이용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에스엔에스(SNS)로 정보·의견을 얻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공감을 위한, 공감에 의한, 공감의 ‘역동적 민주주의’

2010-2011년 트위터 비교분석
사용자 늘었지만 1인당 글 줄어
유력자·전파자 영향력은 확대
하지만 그들중 70~80%가
1년새 새로운 인물로 교체돼
콘텐츠 생산-유통 분리도 뚜렷
트위터안 ‘권력분립’ 구조 정착
“진정한 민주적 담론 경쟁의 장”

트위터에는 ‘유력자’가 있다. 소설가 이외수가 대표적이다. 팔로어 113만여명을 거느린 그는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가 트위터에 쓴 글은 많은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을 들어 트위터를 ‘독재의 공간’에 비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소셜미디어 분석기업 ‘사이람’의 연구 결과는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 연구팀은 2010년 8~9월과 2011년 7~9월에 걸쳐 ‘유력자’, ‘전파자’, ‘지배자’의 동학을 추적했다. 팔로(추종) 및 리트위트(전파)를 통해 많은 이에게 자신이 생산한 트위트를 노출시킨 트위터 사용자가 ‘유력자’다. 다른 사람의 트위트를 혼자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많은 이에게 퍼뜨리는 사용자가 ‘전파자’다. ‘지배자’는 이 둘의 능력을 겸비한 사용자다. 주목받는 트위트를 직접 생산하는 능력과 트위트를 널리 퍼뜨리는 능력을 함께 갖춘 경우다.

연구팀은 2개년에 걸쳐 각 2개월 또는 3개월 동안 전체 한국인 계정에서 트위트·리트위트·팔로 관계를 모두 수집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0년 여름과 2011년 여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이 기간에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112만6200여명에서 392만7500여명으로 3.5배 늘었다. 1인당 평균 팔로어(추종자) 수도 68명에서 87명으로 늘었다. 반면 1인당 월평균 작성 글은 34.4건에서 19.7건으로 줄었다. 사용자는 늘었지만 1인당 작성 트위트 수는 줄어든 셈이다.

대신 유력자·전파자의 영향력은 커졌다. 연구팀은 각 시기 전체 네트워크의 트위트와 리트위트, 팔로 관계를 측정해 상위 1% 유력자와 전파자를 추출해 그 변동을 추적했다. 상위 1% 유력자의 트위트 노출이 전체 트위터 사용자의 트위트 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8.4%에서 2011년 85.1%로 늘었다. 상위 1% 전파자의 전파력이 전체 트위터 사용자의 전파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43.9%에서 2011년 63.7%로 늘었다. 이런 수치는 소수의 유력자·전파자가 트위터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하다.

그러나 그 전개 양상을 보면, 소수에 의한 독재가 아닌 다수에 의한 민주주의가 드러난다.(그림 참조) 연구팀은 2010년과 2011년의 최상위 유력자 1000명 및 전파자 1000명의 인적 구성을 구체적으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1년 동안 최상위 유력자 집단 1000명의 69.8%, 최상위 전파자 집단 1000명의 79.3%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2011년 7~9월 석달 동안 매달 최상위 유력자 1000명을 비교했더니 유력자 집단의 25%가 한달 만에 유력자 집단에서 탈락했다. 특정 시기 트위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력자와 전파자가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안에서 ‘권력분립’ 구조도 정착되고 있었다. 최상위 유력자 1000명과 최상위 전파자 1000명을 서로 비교했더니 2010년 두 집단 모두에 속한 지배자의 비중은 44.8%였다. 그러나 1년 뒤인 2011년에는 두 집단 모두에 속하는 지배자의 비중이 28.1%로 크게 떨어졌다. 트위터에서 유력자의 역할은 콘텐츠 생산, 전파자의 역할은 콘텐츠 유통에 비유할 수 있다. 트위터 영향력은 생산과 유통의 연결고리를 통해 형성된다. 유력자 집단과 전파자 집단이 분리되는 경향, 즉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는 경향은 트위터에 대한 소수의 지배를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다. 전파자 집단이 유력자 집단의 콘텐츠를 ‘일차적으로 평가하여 걸러내는’ 동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2011년 7~9월 사이 상위 1% 전파자가 퍼뜨린 트위트 가운데 상위 1% 영향력자가 작성한 트위트의 비율은 21.3%에 그쳤다. 상위 1% 전파자가 유통시키는 트위트 10개 가운데 8개는 일반 사용자의 콘텐츠라는 뜻이다. 상위 전파자는 상위 영향력자의 좋은 글을 골라 유통시키는 동시에 이름없는 일반 사용자의 글 가운데 좋은 글을 골라 다른 사용자에게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기훈 사이람 대표는 “트위터야말로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민주주의가 쉼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진정한 담론 경쟁의 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사회학)의 연구 결과도 역동적 트위터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장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8~9월 트위터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 조사한 결과, 트위터의 팔로(추종)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성자의 명성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누군가를 새로 팔로하는 기준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1.3%가 “(팔로잉 대상자가 쓴) 최근 트위트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를 팔로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기준 삼는 경우는 10.7%, ‘(팔로잉 대상자의) 자기소개 내용”을 기준 삼는 경우는 9.6%였다.

트위터 공간에서 제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생산하는 최신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로잉(추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사용자들이 트위터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복수 응답)으로 ‘지인·친구’를 꼽은 경우(63.6%)가 ‘전문가’(52.7%), ‘유명인’(41.1%)보다 많았다. ‘정치인’을 꼽은 경우은 16.9%로 가장 낮았다.

추종자들(팔로어)은 추종 대상자를 스스로 ‘탄핵’하기도 한다. 같은 조사에서 언팔로, 즉 팔로 관계를 끊은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54.5%를 차지했다. 언팔로 이유로는 “너무 많은 트위트를 날릴 때”(34.5%)가 가장 많았고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운용하는 계정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28.5%),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자주 제시할 때”(14.1%)가 뒤를 이었다. 다수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트위트의 내용을 살피고 팔로 관계를 판단하는 트위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트위플 “우리, 트위플(Tweeple)은 좀더 완벽한 정부를 구성하고, 좀더 완벽한 소통을 확립하며, 좀더 완벽한 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트위트를 한다.”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이 꾸민 어느 인터넷 사이트의 간판 글이다. ‘트위터’(Twitter)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 트위트(tweet)에서 비롯한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이름이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그저 지저귀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좀더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트위플’(트위터+피플)이라 부른다. 트위터하는 민중이라는 뜻이다.

2012 트위플 혁명② 리트위트의 힘

▷ 오피니언 리더에 쫄지마!
▷ 고정된 소수의 트위터 여론 지배? 지나친 단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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