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트위플 혁명 ② 리트위트의 힘
새 미디어로 떠오른 트위터
새 미디어로 떠오른 트위터
언론 불신하는 사용자들
경험 공유하며 이해 넓혀
“트위터 글보며 판단 결정”
‘의견·감정’ 리트위트 많아
“감성이 중요한 참여 동기
‘모니터 시민’ 정치 주체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언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그래프 참조) 집단간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 사회통합을 해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트위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부정적 의견의 비중이 5~10%포인트 정도씩 더 높았다.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트위터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는데, 하나는 네트워크고 다른 하나가 미디어”라고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설명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망 구실을 넘어 그 자체가 또다른 미디어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과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는 <인터넷 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이라는 저서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맥락적 저널리즘을 제공한다”고 썼다. “특정 사안에 대해 기성 언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대화·토론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여 더 큰 맥락 위에서 특정 사안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트위터의 ‘특별한 무기’는 단순하다. 트위터는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게 만든다. 잡담·대화가 정치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관련 학계의 오랜 정설이다. “대중은 교회·정부보다 자신과 비슷한 주변 인물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일찍이 통찰했다. 사람들은 각자 내면에 상충하는 의견 요소를 지녔지만, 평소에는 제 의견이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대화·토론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좀더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춘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언론학자들은 이미 1980년대에 정치 관련 언론보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아무리 언론이 정치정보를 정돈하여 전달해도 개인은 그 정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비공식적 소통(즉 대화)을 통해서만 정치정보의 의미를 확인하고 정립한다”는 것이다. 일상적 대화가 없으면 정치적 판단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도 있다. 1998년 미국의 사회학자 니나 엘리아소프는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참여관찰 방식’으로 정치담론의 확산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직 친밀하고 개인적인 시공간에서만 자유롭게, 더 넓은 사안에 걸쳐 스스럼없이 정치 이야기를 한다.” 엘리아소프가 목도한 것은 가족·연인·이웃 안에서만 확산되는 ‘친밀하고 거리낌없는 정치대화’였다. 그런데 트위터는 그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140자의 짧은 글만 올리면 되고, 상대 허락이 없어도 팔로잉(추종) 관계를 맺어 쉽게 연결되는 트위터 공간에서 한국인은 ‘친밀한 대화’의 새로운 문법을 찾았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 가장 많은 리트위트를 받은 상위 1만개의 트위트 가운데 ‘의견·감정’에 대한 트위트가 39%로 가장 많았다. ‘정보·뉴스’에 해당하는 트위트는 24%였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어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지표다. ‘새로운 뉴스 속보’를 접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일에 대한 의견·감정’을 교류하는 일에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준응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비판적 담론 공중’에 주목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읽기·쓰기를 경험하면서 공적 사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그런 참여를 통해 공적 차원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집단”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이런 효과는 주로 ‘쓰기’보다 ‘읽기’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폭넓게 읽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가 주목한 것은 주로 인터넷 공간이지만, 트위터는 인터넷 카페·블로그·토론방 등의 지평을 실시간 무한대의 연결로 더욱 확장시켰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트위터 사용자들은 평상시엔 느슨하게 의견을 나누다가, 선거 등 특수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밀도 높고 재빠르게 의견 교환을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기본 정보는 언론을 통해 얻고, 이에 대한 판단은 트위터의 각종 글을 살피며 결정한다”는 설명도 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이자 미디어 학자인 마이클 셔드슨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모니터 시민’에 비유했다. 평상시에 이들은 상황을 지켜본다(모니터). 그러다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뜨거운 인지’의 방식으로 사건을 대한다. “감정을 담아 사태를 인지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들에겐 이성의 정치 못지않게 감성의 정치가 중요하며, 이런 감성의 요소는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는 게 셔드슨의 설명이다.
문화·예술·연예인의 감성적 호소에 열광하고, 복잡한 논리적 설명보다 통찰을 담은 해학·풍자를 선호하고, 평상시엔 잠잠하다가 박빙의 선거판이 전개되면 밀물처럼 투표장에 쏟아져 나오는 한국 ‘트위터 민심’의 양상도 이와 비슷하다.
“의제 설정, 자원 동원, 엘리트 양성 등이 정당의 기능이라면, (트위터 등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선 정당 기능을 수행하는 대체 집단들이 쉽게 조직된다”고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설명한다. 기성 언론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어 트위트와 리트위트를 통해 낄낄대고 잡담하는 한국의 400만여 트위터 사용자는 이미 정당·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정치의 주인공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진보언론 영향력‘보수언론의 10배’ ‘한겨레’ 매체 선호도 1위
열독자 글 리트위트도 선두 트위터 사용자들은 대체로 기성 언론을 믿지 않는다. 다만 보수 성향 매체와 진보 성향 매체에 보내는 그들의 눈길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와 소셜미디어 분석기업 사이람 연구팀은 트위터 사용자 2000명(2011년 8~9월 온라인 패널 조사)을 주요 열독 신문별로 나눠 리트위트 횟수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한겨레> 열독자가 올린 글이 리트위트된 횟수는 평균 13.94회로 <경향신문>(평균 9.61회)보다 높고, <조선일보>(평균 1.30회), <중앙일보>(평균 1.14회)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겨레> 열독자의 트위트가 <조선일보> 열독자의 트위트보다 10배 이상 많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들이 올린 트위트 가운데는 자신이 열독하는 신문 기사를 링크(인용)한 것도 적지 않다. 장 교수는 “종이신문 시장 점유율에서는 보수언론이 앞서지만, 트위터에서는 진보언론이 보수언론의 10배에 이르는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의 기성 언론 구도가 트위터에서는 전혀 다른 구도로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정치·선거에 미치는 이들 언론의 영향력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 선호도에서도 트위터 사용자는 진보 성향 신문을 선호했다. 장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서 선호하는 매체를 묻자(복수응답), 트위터 이용자의 32.4%가 <한겨레>를 선택했다. 뒤이어 <경향신문>(23.0%), <중앙일보>(19.1%), <조선일보>(16.2%), <동아일보>(12.7%) 등으로 나타나 보수 매체 선호도는 낮았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다음회 예고 트위터는 400만여 트위터 사용자의 개인적·미시적·순간적 선택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방대한 사이버 공간입니다. 그들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글을 전파할까요? 그들이 트위터에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오프라인 현실은 트위터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경험추출조사’ 기법을 빌려 자세히 들여다본 8명의 트위플 이야기를 다음주에 이어질 3회 ‘140자의 일상’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2012 트위플 혁명 ② 리트위트의 힘 ▷ 트위터 하다보니, 정치가 야구만큼 재미있더라
▷ 고정된 소수의 트위터 여론 지배? 지나친 단순화다
▷ 오피니언 리더에 쫄지마!
경험 공유하며 이해 넓혀
“트위터 글보며 판단 결정”
‘의견·감정’ 리트위트 많아
“감성이 중요한 참여 동기
‘모니터 시민’ 정치 주체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언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그래프 참조) 집단간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 사회통합을 해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트위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부정적 의견의 비중이 5~10%포인트 정도씩 더 높았다.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트위터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는데, 하나는 네트워크고 다른 하나가 미디어”라고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설명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망 구실을 넘어 그 자체가 또다른 미디어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과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는 <인터넷 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이라는 저서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맥락적 저널리즘을 제공한다”고 썼다. “특정 사안에 대해 기성 언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대화·토론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여 더 큰 맥락 위에서 특정 사안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트위터의 ‘특별한 무기’는 단순하다. 트위터는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게 만든다. 잡담·대화가 정치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관련 학계의 오랜 정설이다. “대중은 교회·정부보다 자신과 비슷한 주변 인물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일찍이 통찰했다. 사람들은 각자 내면에 상충하는 의견 요소를 지녔지만, 평소에는 제 의견이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대화·토론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좀더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춘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언론학자들은 이미 1980년대에 정치 관련 언론보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아무리 언론이 정치정보를 정돈하여 전달해도 개인은 그 정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비공식적 소통(즉 대화)을 통해서만 정치정보의 의미를 확인하고 정립한다”는 것이다. 일상적 대화가 없으면 정치적 판단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도 있다. 1998년 미국의 사회학자 니나 엘리아소프는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참여관찰 방식’으로 정치담론의 확산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직 친밀하고 개인적인 시공간에서만 자유롭게, 더 넓은 사안에 걸쳐 스스럼없이 정치 이야기를 한다.” 엘리아소프가 목도한 것은 가족·연인·이웃 안에서만 확산되는 ‘친밀하고 거리낌없는 정치대화’였다. 그런데 트위터는 그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140자의 짧은 글만 올리면 되고, 상대 허락이 없어도 팔로잉(추종) 관계를 맺어 쉽게 연결되는 트위터 공간에서 한국인은 ‘친밀한 대화’의 새로운 문법을 찾았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 가장 많은 리트위트를 받은 상위 1만개의 트위트 가운데 ‘의견·감정’에 대한 트위트가 39%로 가장 많았다. ‘정보·뉴스’에 해당하는 트위트는 24%였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어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지표다. ‘새로운 뉴스 속보’를 접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일에 대한 의견·감정’을 교류하는 일에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2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지하철 2호선 객차 안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보언론 영향력‘보수언론의 10배’ ‘한겨레’ 매체 선호도 1위
열독자 글 리트위트도 선두 트위터 사용자들은 대체로 기성 언론을 믿지 않는다. 다만 보수 성향 매체와 진보 성향 매체에 보내는 그들의 눈길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와 소셜미디어 분석기업 사이람 연구팀은 트위터 사용자 2000명(2011년 8~9월 온라인 패널 조사)을 주요 열독 신문별로 나눠 리트위트 횟수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한겨레> 열독자가 올린 글이 리트위트된 횟수는 평균 13.94회로 <경향신문>(평균 9.61회)보다 높고, <조선일보>(평균 1.30회), <중앙일보>(평균 1.14회)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겨레> 열독자의 트위트가 <조선일보> 열독자의 트위트보다 10배 이상 많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들이 올린 트위트 가운데는 자신이 열독하는 신문 기사를 링크(인용)한 것도 적지 않다. 장 교수는 “종이신문 시장 점유율에서는 보수언론이 앞서지만, 트위터에서는 진보언론이 보수언론의 10배에 이르는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의 기성 언론 구도가 트위터에서는 전혀 다른 구도로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정치·선거에 미치는 이들 언론의 영향력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 선호도에서도 트위터 사용자는 진보 성향 신문을 선호했다. 장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서 선호하는 매체를 묻자(복수응답), 트위터 이용자의 32.4%가 <한겨레>를 선택했다. 뒤이어 <경향신문>(23.0%), <중앙일보>(19.1%), <조선일보>(16.2%), <동아일보>(12.7%) 등으로 나타나 보수 매체 선호도는 낮았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다음회 예고 트위터는 400만여 트위터 사용자의 개인적·미시적·순간적 선택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방대한 사이버 공간입니다. 그들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글을 전파할까요? 그들이 트위터에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오프라인 현실은 트위터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경험추출조사’ 기법을 빌려 자세히 들여다본 8명의 트위플 이야기를 다음주에 이어질 3회 ‘140자의 일상’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2012 트위플 혁명 ② 리트위트의 힘 ▷ 트위터 하다보니, 정치가 야구만큼 재미있더라
▷ 고정된 소수의 트위터 여론 지배? 지나친 단순화다
▷ 오피니언 리더에 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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