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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공작 여부 확인 않고…‘박원순 제압 문건’ 무혐의 처분

등록 2013-10-07 20:08수정 2013-10-09 15:38

작성부서·담당자 등 적혀 있지만
검찰 “국정원 문서양식과 다르다”
민주당 “졸속 수사…조만간 항고”
검찰이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박원순 제압’ ‘반값등록금 차단’ 문건 관련 고발사건을 각하(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이 문건이 국정원 문서와 양식이 다르다는 이유를 댔지만, 국정원이 실제 문건 내용대로 정치공작을 벌였는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고발한 민주당은 ‘졸속 수사’라며 항고할 뜻을 밝혔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7일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문건(<한겨레> 5월15일치 1·6면, 5월20일치 1면)을 작성해 정치에 개입한 혐의(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민주당이 지난 5월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전·현직 직원 9명을 고발한 사건을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감정 결과) 이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보기 어려워 혐의 없음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문건들은 국정원이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정치개입과는 별도로 오프라인에서 정치공작을 한 정황을 담고 있다. ‘박원순 제압’ 문건에는 검찰·경찰·감사원·소관부처·보수단체 등을 총동원해 박 시장을 상대로 법적·재정적·심리적 압박을 가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값등록금 차단’ 문건은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비판하는 논리를 제시하며,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이 문건들은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국정원 내 작성부서·보고라인 등이 고유 표기법으로 적혀 있고, 담당자 이름·직책·연락처 등도 포함돼 있어 국정원 작성 문서라는 의혹을 샀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문건이 통상의 ‘국정원 생산 문건’ 양식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문건과 국정원에서 생산된 다른 문건들을 비교·감정했는데 양식 등이 동일한 문건이 아니다. 구체적인 차이는 보안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존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문서와 국정원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문서 등을 비교·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국정원 문건 양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실제로 문건의 내용과 같은 정치공작을 벌였는지에 대해선 사실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문건이 아닌데 내용이 뭐 있겠어요? 문건도 아니라니까 내용도 아니지. 자기네(국정원) 문건이 아니라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모든 문서는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된 이 문건 역시 원본 내용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새로 작성하는 작업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민주당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지적이다. 국정원이 실제로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 파악하려면 내용 위주로 수사해야지 문서 형식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3월에 공개된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은 문서 진위 여부가 아니라 실체적 행위가 확인됐고,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사실임이 입증됐다”며 “검찰이 강제 수사권을 발동하지 않은 채 관련자 소환조사 한번 없이 각하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범죄 혐의자로 의심받는 당사자에게 너희 물건인지 아닌지를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혐의가 없다고 처분한 것과 다름 아닌 것”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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