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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송이 있어서…” 불쑥 튀어나온 국정원의 ‘본심’

등록 2014-04-15 20:17수정 2014-04-16 10:49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국정원에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국정원에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남재준 원장,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 뜬 ‘3분 사과’
“기자들 왜 불렀냐” 묻자 국정원 대변인 ‘속내’ 털어놔
[현장에서]

15일 오전 10시 정각, 남재준(70) 국가정보원장은 브리핑실에 들어와 약 10초간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이어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미리 준비해온 사과문을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증거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첫 문장을 읽은 그는 연설대 옆으로 한 걸음 나와 허리를 숙였다.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 플래시들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사과문을 마저 읽은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 기자가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사과 연설’은 이렇게 딱 3분 만에 끝났다.

하루 앞선 14일 오후 검찰은 남 원장 등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는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날 저녁 8시10분께 서천호 2차장이 개인 명의로 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의를 밝혔다. 이어 밤 10시50분께 국정원은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들에게 “내일(15일) 오전 10시에 남재준 원장이 입장 발표를 한다”고 전해왔다. 남 원장의 진퇴를 밝히는 자리로 ‘오해’할 것을 우려했는지 “거취 문제와는 상관없이 대국민 사과 내용”이며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일문일답도 없는 발표일 뿐이라지만, 기자로서 안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검찰을 출입하는 3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평소에는 ‘출입 금지 구역’인 국정원 브리핑실을 가득 채웠다. “기자들을 불렀으면 일문일답을 간단하게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하경준 대변인은 “사과하는 자리라 일문일답이 맞지 않다”고 답했다. “그럼 기자들을 왜 불렀느냐”는 물음에 그가 불쑥 진심(?)을 털어놨다. “원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려고 했는데, 방송이 있어서….”

이경미 기자
이경미 기자
남 원장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는 3분 만에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 정도면 ‘사과 연설’이 아니라 ‘사과 광고’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왜 원장이 아니라 2차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댓글 사건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거쳐 증거조작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이 연 이태 ‘뉴스의 한복판’에 등장해 술자리 안줏거리로 오르는 지경에 이른 이유가 무엇인지…. 그 자리에 ‘단역’으로 ‘동원’돼 남 원장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과 의혹만 넘실거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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