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의 수도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 터미널4의 내리는 곳.
항공기로 에스파냐의 마드리드에 도착한 사람은 초장부터 마드리드에 압도당하게 된다. 다름 아니라,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 ‘터미널4’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이 공항은 옛 메산자 모양으로 물결치는 듯한 높은 천장을 갖고 있다. 이 물결 천장은 도착하는 곳은 물론이고, 출발하는 곳, 짐 찾는 곳, 공항 밖 차를 타는 곳까지 일관되게 구현돼 있다. 어찌 보면, 옛 우리 처마를 모티브로 한 것 같기도 한다.
둥근 등과 등갓이 가득한 바하라스 공항의 아름다운 통로 천장.
바하라스 공항 천장의 커다랗고 둥근 등과 등갓. 등 주변으로 강철 구조물과 촘촘한 판들이 보인다.
좁고 긴 (나무)판을 촘촘히, 끝없이 붙인 이 유려한 천장은 접은 팔뚝처럼 생긴 거대한 콘트리트 구조물과 강철 기둥, 강철 천장 구조물에 의지하고 있다. 마드리드 하바라스 공항의 강철 기둥들은 빨간 색에서 노란 색으로, 또는 그 반대로 조금씩 변하는데, 색상이 아주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멀리서 많은 기둥들을 함께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율동하는 천장에 달려 있는 동그란 등과 등갓 역시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갈매기 날개 같고, 이티의 머리 같은 바하라스 공항 짐 찾는 곳의 독특한 디자인.
바하라스 공항 천장창 역시 다른 천장 등과 같은 디자인을 가졌다.
놀라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항에서 도착하는 곳을 빠져 나가다 보면, 또 한 번 독특한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둥글고 커다란 등으로 천장이 가득한 통로다. 물결 천장은 매우 높은데 비해, 이 둥근 등 천장은 높이가 낮은 편이어서 현실감이 작게 들기도 한다. 마치 어느 초현실주의 미술관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착하는 곳과 통로를 지나 짐 찾는 곳에 이르면 다시 논을 비비게 되는데, 갈매기 날개 같기도 하고, 이티의 머리와도 같은 독특한 구조물이 마중하기 때문이다.
공항 밖의 차 타는 곳 역시 공항 내부의 천장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다.
공항 건물 밖의 처마의 모습. 기둥의 색상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가도 이 독특한 디자인과 구조는 계속된다. 이 공항은 내부의 물결 천장을 공항 입구 차 타는 곳까지 연장해 놓았기 때문이다. 밖에서 본 바하라스 공항의 모습은 내부와 별로 다르지 않은데, 일관되게 물결 천장과 브이자 모양 강철 기둥을 반복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면 물결 천장과 지붕이 더 확실히 보이고, 강철 기둥의 색깔 변화도 알아차리기 쉽다.
바하라스 공항 타는 곳 체크인 카운터의 디자인은 내리는 곳 짐 찾는 곳의 디자인과 비슷하다.
이 공항에서 출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결 천장과 갈매기 날개 또는 이티 머리 모양의 구조물이 체크인 하는 곳에도 있고, 출발 게이트에 가도 역시 같은 물결 구조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디자인의 일관성은 공항의 활주로 쪽도 마찬가지다. 물결 천장이나 브이자 모양 강철 기둥은 상당히 튀는 디자인인데,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그런지 크게 거부감이나 이질감 들지 않는다.
활주로 쪽 공항 밖에서 본 공항의 처마. 한국 전통집의 처마와 옛 뫼 산자를 닮은 디자인을 잘 볼 수 있다.
바하라스 공항 터미널4의 디자인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처드 로저스와 안토니오 라멜라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았다. 전체적인 느낌은 건물의 뼈대와 핏줄을 외부에 드러내는 로저스의 디자인 스타일과 에스파냐의 예술적인 분위기가 만난 것 같았다. 2006년 완공된 이 건물은 그해 건축계의 대표적 상 가운데 하나인 스털링 상을 받았다.
인천공항이 지난 9년 동안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을 뽑는다면, 바로 이 바하라스 공항도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