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건물에 둘러싸인 광장 ‘꽉 찬 비움’

등록 2014-05-19 18:48수정 2014-05-19 18:49

[김규원의 도시잡기] 스페인<6>
좁은 골목 돌고 돌아 툭 터진 시원함과 아늑함
우리나라 툇마루 닮은 주랑도 풍경 운치 더해
에스파냐의 수도 마드리드의 대표 광장인 마요르 광장. 크고 평평하다.
에스파냐의 수도 마드리드의 대표 광장인 마요르 광장. 크고 평평하다.

현재 에스파냐 마드리드에는 역시 에스파냐에 속한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나 바스크의 빌바오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바로 건물로 둘러싸인 마당이나 광장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레이알 광장이 있고, 빌바오에는 누에바 광장이 있다. 레이알 광장보다 더 아름답고, 누에바 광장보다 더 큰 광장이 있다. 바로 마요르 광장이다.

유럽의 다른 광장들처럼 마요르 광장도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광장 가는 음식점이나 카페다.
유럽의 다른 광장들처럼 마요르 광장도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광장 가는 음식점이나 카페다.

이 광장은 16~18세기 사이에 여러 차례 지어지고 다시 지어지고 했는데, 결국 1790년대에 완공됐고, 현재는 이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투우도 벌어졌고, 시장도 열렸고, 공개 처형도 이뤄졌고, 심지어 축구 경기까지 벌어졌는데, 지금은 1층은 상가와 음식점, 카페이고, 그 위층은 고급 아파트라고 한다. 자신의 집에서 공공 공간인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재미이자 행운일 것이다. 옛 전차 경기장에서 유래한 로마의 나보나(?) 광장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드리드 옛 도심의 교회와 공공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마드리드 옛 도심의 교회와 공공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에스파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이렇듯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마요르 광장은 네모 모양의 한 건물에 완전히 둘러싸인 경우지만, 이렇게 한 건물이 아닌 경우에도 건물에 둘러싸인 공간, 특히 사각의 공간은 마드리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궁전이 있는 옛 도심에는 작은 교회가 있는 광장도 있었고, 골목을 걷다가 모퉁이들 돌아서면 환하게 펼쳐지는 작은 광장(은 형용 모순이지만 마당은 사사로운 느낌이 강하다)들이 수없이 나타난다.

마요르 광장의 입구는 건물과 건물이 직각으로 만나는 곳 주변에 있다.
마요르 광장의 입구는 건물과 건물이 직각으로 만나는 곳 주변에 있다.

좁고 답답한 골목을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 광장을 만나면 광명의 세상을 얻은 듯한 시원함과 개방감이 느낀다. 더욱이 이런 광장 가운데 작은 분수라도 있을라치면 영락없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감동이 몰려온다. 그냥 비어 있는 광장도 있지만, 분수나 나무가 있는 곳도 많다. 예를 들면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주요 배경이 된 그런 공간이다. 남유럽 도시에는 아주 흔한데, 상대적으로 서유럽 도시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듯하다.

한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나타나는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의 풍경.
한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나타나는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의 풍경.

물론 한국 도시에서는 이런 공간을 본 경우가 거의 없다. 분위기상 이런 광장이 어울릴만한 구시가지에는 건물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 이렇게 일부러 비운 공간을 찾아볼 수 없다. 구시가지의 골목들은 아름답지만 너무 답답하다. 반면 이런 광장이 들어설 만한 공간의 여유가 있는 신시가지에서는 건물이 너무 성기게 들어서 이런 아늑함(위요감, 둘러싸인 느낌)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헐렁하거나 황량한 느낌이랄까?

피카소의 를 보유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계단과 그 앞의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
피카소의 를 보유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계단과 그 앞의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

마드리드에서는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도 이런 아늑함을 준다. 예를 들어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유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앞마당 같은 곳은 엄청 넓지만 편안한 느낌을 준다. 건물들로 둘러싸였기 때문이다. 도시 안에서 이런 아늑한 광장을 만들려면 그 광장을 둘러싼 환경이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 광장들인 시청 광장, 청계 광장, 광화문 광장은 아늑함이 부족한데, 그 이유는 주로 도로에 둘러싸였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광장들은 대부분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이 한국과 유럽의 광장에서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마요르 광장의 건물 주랑(퇴 주랑, 줄기둥으로 세워진 건물 회랑). 툇마루나 발코니처럼 실내와 실외의 중간지대에 해당한다. 퇴 주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상사 거리가 있다. 보행자에게 특히 좋은 공간이다.
마요르 광장의 건물 주랑(퇴 주랑, 줄기둥으로 세워진 건물 회랑). 툇마루나 발코니처럼 실내와 실외의 중간지대에 해당한다. 퇴 주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상사 거리가 있다. 보행자에게 특히 좋은 공간이다.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과 함께 마드리드에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은 주랑(포르티코)이다. 주랑은 회랑(코리도)과 비슷한데, 회랑은 지붕이 있는 복도를 말하며, 주랑은 회랑 가운데 기둥으로 지붕을 받친 경우(콜로네이드)를 말한다. 마드리드의 주랑은 엄밀히 말하면 건물에 붙어있는 주랑인데, 서양에서는 포르티코라고 하며, 한국어로는 퇴(툇마루) 주랑이나 건물 주랑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마요르 광장을 둘러싼 건물 1층에는 퇴 주랑이 설치돼 있다. 퇴 주랑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이 보인다.
마요르 광장을 둘러싼 건물 1층에는 퇴 주랑이 설치돼 있다. 퇴 주랑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이 보인다.

하여간 이 퇴 주랑은 마드리드에서 마요르 광장에 있고, 거리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 있었는데, 아주 편안하고 편리한 공간이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찾으면 툇마루와 비슷하다. 반실내 반실외의 점이지대로서 실내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고 비를 피할 수 있으며, 동시에 실외에서 느끼는 개방감이나 시원함,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중간지대가 많을수록 공간은 풍부해진다.

마요르 광장으로 들어가는 거리 옆에도 퇴 주랑(건물 주랑)이 설치돼 있다. 밤이라 더 아름답다.
마요르 광장으로 들어가는 거리 옆에도 퇴 주랑(건물 주랑)이 설치돼 있다. 밤이라 더 아름답다.

이 퇴 주랑의 좋은 점은 건물 안에 보행로가 설치돼 있어 따로 보행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퇴 주랑 옆으로는 상가가 발달해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에서도 주상복합 ‘경희궁의 아침’에 퇴 주랑이 설치돼 있는데, 너비가 좁은데다 각 상가의 출입문과 물건들이 나와 있어 사실상 건물 실내의 일부처럼 쓰이며, 이 곳으로 걸어다니기는 극히 어려워 퇴 주랑의 노릇을 하지 못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