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위반 적용 어렵다고 판단
증거인멸 팀장 징역 9월 법정구속
증거인멸 팀장 징역 9월 법정구속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서울지방경찰청 압수수색 당시 컴퓨터 저장 문건을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불구속 기소된 박아무개(36) 팀장에겐 징역 9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용빈)는 5일 김 전 청장에게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대선 사흘 전에 열린 마지막 텔레비전 후보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밤 11시에 허위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청장은 불법 인터넷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당한 국정원 직원 김하영(30·여)씨의 컴퓨터를 분석해 보니 ‘문재인·박근혜 후보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뿌리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경찰이 김씨의 노트북 등에서 아이디·닉네임 40개와 정치 관련 게시글 등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2년 12월 당시에는 국정원의 선거 관여가 명확히 확인되기 전이었다. 김씨의 인터넷 게시글 등이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본 분석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거나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행위자의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며 김 전 청장이 일부러 박근혜 후보를 도우려고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참여연대는 재판 결과에 대해 낸 성명에서 “댓글을 쓴 흔적을 충분히 조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한 단서를 달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지난해 5월 검찰의 압수수색 때 김 전 청장의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컴퓨터에 저장된 국정원 관련 문건 등을 영구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기소된 박아무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에게 징역 9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우 판사는 “박 팀장이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에서 증거분석 범위를 제한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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