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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을이 곧 학교 ‘혁신교육지구’에 만족, 떠나는 인구 줄었다

등록 2014-06-12 20:14수정 2014-06-13 17:10

경기도 오산시 운산초등학교 4학년 4반 학생들이 12일 오산시청-시의회 탐방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민주주의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 오산시 운산초등학교 4학년 4반 학생들이 12일 오산시청-시의회 탐방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민주주의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오산시청 제공
[심층 리포트] 모두가 행복한 학교
(3) 진보 교육정책의 진화·확장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오산천을 다녀왔다. 진달래 선생님에게 오산천의 역사에 대해 배웠다. 오산천은 선생님이 어렸을 때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는데 물이 오염되면서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졌다고 한다. 오산천이 더 깨끗해질 수 있도록 비누도 적게 사용하고, 앞으로 물이 오염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오산시 광성초등학교 4학년 신윤하양이 오산천 탐방을 다녀와 쓴 후기다. 신양의 학급을 가르친 진달래 선생님은 시민교사다. 오산 ‘교육혁신지구’ 대표 사업의 하나인 학부모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민참여학교다. 지역의 유적지·문화시설·행정기관이 교육 현장이 되고 학부모가 교사를 맡아 학교의 부담을 덜어 준다. 현재 고인돌, 물향기수목원, 하수처리장, 오산전통시장, 오산시청과 시의회 등 13곳이 탐방학교로 운영된다.

김상곤·곽노현 전 교육감때부터
경기·서울 8개 기초지자체서 진행
지역시민들 참여 진학·진로 상담
오산 ‘꿈 찾기 멘토스쿨’ 등 성과
성적 높아지고 학교폭력도 줄어
서울 구로·금천 교육환경 개선
조희연 당선자도 ‘확대’ 공약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가운데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돼 기존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확인됐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삶의 모든 국면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활동이다. ‘마을이 곧 학교’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교육청과 지자체,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교육공동체를 이루려는 꿈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이끌던 경기도교육청은 ‘혁신교육지구’ 실험에서도 선구적이다. 2011년 2월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교육혁신지구 양해각서(MOU)를 맺어, 온 마을이 교실이 되고 체험의 장이 되는 새로운 공교육을 실험하고 있다. 학교의 변화만으로는 지역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자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혁신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오산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이 사업에 투자한 예산이 각각 30억원과 14억원에 이른다. 시행 3년째를 맞은 지금, 이 사업은 공교육과 관련한 관심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 등 경기도 6개 기초지자체에서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진행되는데, 오산시의 성과가 특히 두드러진다. 이를 추진해온 곽상욱 오산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59.4%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궐리사·고인돌·자원재활용센터·유엔군초전비 탐방학교 수업 장면. 오산시청 제공
궐리사·고인돌·자원재활용센터·유엔군초전비 탐방학교 수업 장면. 오산시청 제공
교과연계 과정으로 이뤄지는 오산의 탐방 프로그램이 학부모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높다. 물향기수목원 탐방이 ‘초등학교 2학년 즐거운 생활1-2’의 ‘봄이 오는 길’ 등과 연계되는 식이다. 탐방 프로그램엔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3만100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학부모들이 아무 준비없이 교사로 참여하는 건 아니다. 현재 200여명의 학부모들이 30개 ‘학부모 스터디’를 꾸려 해당 분야 강의를 연간 38시간 이상 이수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

지역의 시민들도 교육 주체로 적극 나선다. 진학과 진로 상담을 해주는 ‘꿈 찾기 멘토스쿨’이 대표적이다. 오산시는 인재뱅크를 구축해 의사·변호사·헤어디자이너·요리사 등 40여개 직종 전문직업인 120여명, 대학생 20여명, 학부모 진로코치단 10명의 재능을 기부받고 있다. 조기 축구회원들은 ‘축구 하이리그’의 심판과 코치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가르친다. 성호고등학교 3학년 유성철군은 “토요일이나 방학을 생각하면 늦잠, 컴퓨터게임방, 담배연기가 떠올랐다. 이제 하이리그 덕분에 친구, 새벽, 축구가 생각난다.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호통소리도 나를 깨우지 못했는데 하이리그는 나의 새벽을 깨웠다”고 말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오산은 수원과 용인 등 경기도의 다른 큰 도시에 뒤처진 ‘변방’이었다. 인구 21만명에 평균연령이 33.2살일 정도로 젊은 도시인데도 교육 기반은 취약했다. 시민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4~5학년 즈음에 인근 대도시로 이주했다. 상당수 교사들은 최소 근무 연수인 2년을 채우곤 인근 새도시로 전근을 신청했다. 교사와 학생의 잦은 이동으로 학습 분위기가 나빠졌다.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는 2011년부터 양해각서를 맺어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탐방학교 수업은 지역사회 공간을 배움터로 학부모들을 교사로 활용해 지역 전체를 학교화하는 ‘시민참여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다.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는 2011년부터 양해각서를 맺어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탐방학교 수업은 지역사회 공간을 배움터로 학부모들을 교사로 활용해 지역 전체를 학교화하는 ‘시민참여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다. 오산시청 제공
혁신교육지구 3년 만에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우선 장기근속 교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매홀중과 화성초는 지난해 전출 교사 ‘0’명을 기록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 ‘정주’도 눈에 띈다. 오산시 전체 중3 학생 2600여명 가운데, 고입시험 190점 이상 고득점자가 2010년 121명에서 2013년 202명으로 167% 늘었다. 상위 100명 중 90% 이상이 시내 고교로 진학했다. 오산지역 학부모인 김영아씨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이사를 가려했는데 (혁신교육지구 이후) 오산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수자 오산시 평생교육과장은 12일 “학생과 교사 모두 만족도가 높다. 초등학교 4학년만 돼면 떠나던 오산은 이제 옛말”이라고 자평했다.

학교폭력 등 각종 청소년 범죄가 줄고 있는 추세는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2년 오산의 청소년 범죄는 87건이었다. 지난해는 40건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학교폭력은 16건인데, 관련 학생이 전체 학생의 약 0.1% 수준이다.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수치일 거다. 혁신교육지구 프로그램 덕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혁신교육지구 실험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서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혁신교육지구 실험이 일부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가 운영하는 ‘혁신교육지구’. 오산시청 제공
두 지역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 교사들이 부모의 역할까지 떠맡기 일쑤였다. 하지만 교사 혼자 한반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는 무리다. 서울시와 구로구청, 금천구청은 혁신교육지구 협약을 맺었고 구청들은 시설 개보수 수준의 지원을 넘어 ‘교육의 질’을 고려한 행정·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학교는 구청의 지원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25명 선으로 줄였고 협력교사(보조교사)도 배치했다. 그러자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의 방과후 수업은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책임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협력 시스템’이 시도됐다.

구로 금천 혁신교육지구 추진실무단의 일원이던 유성희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국장은 12일 “피부로 와닿는 변화를 경험했다. 아이들이 길에서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마을에 아는 사람과 아는 공간이 많아지니 사람들과 관계에 ‘신경’을 쓰고, 학교 안 생활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공약 중에도 ‘혁신교육지구 확산’이 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와도 적극적으로 공조할 전망이다. 조 당선자는 사정이 열악한 지역부터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일반화하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협력교사제 도입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교육협동조합지원센터 설치와 방과후 학교를 전담하는 공익재단 설립 등도 임기 내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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