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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로스쿨도 사법시험도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 못한다

등록 2015-06-22 01:28수정 2015-06-24 10:08

지난해 9월 서울 중앙대 체육관에서 열린 로스쿨 입학설명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9월 서울 중앙대 체육관에서 열린 로스쿨 입학설명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스쿨 도입 7년
① 사법시험 출신과 첫 비교분석

연수원 34기 기점 부모 배경 차이
부모가 ‘10명 이상 부하직원’ 둔 경우
33기 이전 27.5%, 40~43기는 37.7%
부모 전문직 종사 7.7%→16.7%
부모 중 법조인 있는 경우 1.6%→4.7%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을 대신할 법조인 양성체계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7년이 됐다. 로스쿨-연수원 출신 법조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분석한 서울대 연구팀의 논문과 7년간 로스쿨에 입학한 1만4000여명에 관한 분석을 통해 로스쿨이 도입 당시 취지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법조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비교·분석한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스쿨 출신 및 사법연수원 40~43기 출신 젊은 법률가들과 경력 법률가들 사이의 차이다.

참여정부가 2007년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모아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길러낸다는 목적으로 추진한 로스쿨 제도는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도입됐다. 하지만 연간 로스쿨에 내는 ‘공식 학비’만 1500만원이 넘어 ‘돈스쿨’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팀이 로스쿨 1~3기(2009~2011년 입학) 출신 법조인들과 같은 시기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40~43기)을 다닌 법조인, 로스쿨 도입 이전 연수원(39기 이전)을 거친 법조인 등 세 집단 102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로스쿨은 물론 연수원 출신들도 부모가 고학력자이면서 고소득 직업을 가진 비율이 높아 ‘신분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3월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6기 사법연수생 입소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3월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6기 사법연수생 입소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임용 방식 차이보다 세대 차이가 핵심 연구팀은 부모의 직업과 교육 수준이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알아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된다고 보고 이를 조사했다.

‘고교 졸업 당시 부모가 50명 이상 기업에서 근무했는지’에 관한 질문에 로스쿨 출신은 39.6%, 연수원 40~43기 출신은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부모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인지에 대해서는 각각 18.5%와 16.7%가 ‘그렇다’고 답해 양자 간엔 별 차이가 없었다.

부모가 10명 이상 부하 직원을 둔 경우(로스쿨 45.8%, 연수원 37.7%)와 회사 경영진·임원인 경우(로스쿨 24.7%, 연수원 14.7%)는 로스쿨 출신이 연수원 출신보다 8~10%포인트가량 많다. 어머니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도 로스쿨(52%)이 연수원 출신(42.8%)에 비해 높다. 종합하자면, 두 경로를 거친 젊은 법조인들의 출신 집안은 부모의 학력 수준이나 직업적 배경에 큰 차이가 없지만, 로스쿨 출신이 조금 ‘상위’에 있는 셈이다.

세대를 견주면 차이는 이보다 뚜렷해진다. 부모가 10명 이상 부하 직원을 둔 직업에 종사하는 비중은 사법연수원 33기(2002년 입소) 이전은 27.5%지만, 34~43기는 33.5%로 높아졌다. 40~43기만 보면 37.7%다. 부모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중도 33기 이전에는 7.7%지만 34~43기는 13.5%로 2배 가까이 높고, 40~43기만 보면 16.7%로 더 뛰었다. 경영진·임원인 경우도 33기 이전엔 9.9%였다가 34~43기는 14.8%로 높아졌다.

부모 중 법조인이 있는 경우는 연수원 33기 이전이 1.6%인 반면, 40~43기는 4.7%에 달한다. 로스쿨 출신은 3.6%가 이에 해당한다. 범위를 넓혀 가족·친척 중 법조인이 있는 비율은 연수원 33기 이전은 17.8%인데, 34~43기는 33%로 크게 늘었다. 로스쿨 출신은 이 비율이 26.3%다. 로스쿨에서는 기업인 집안 출신들이, 같은 시기 연수원에서는 법조인 집안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셈이다.

연구진은 “우리 사회가 50년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교육과 생활 수준이 급격히 신장된 결과로 보인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변화는 연수원 34기를 기점으로 큰 차이가 났다”며 “로스쿨 도입으로 부유한 계층 출신 학생들이 법률가가 될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는 우려는 실체적 증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 법조인들 사이의 배경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지만, 법률가 집단으로 유입되는 계층 이동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대신 전문직 부모가 법률가 자식을 길러내는 대물림의 강화는 확인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 로스쿨생 대학·전공은 다양화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출신 대학이나 전공은 연수원 출신보다 다양했다. 지방대 졸업자 비중은 로스쿨 출신이 17.4%로 연수원 출신(10.5%)에 비해 높다. 로스쿨 도입 이전인 연수원 39기 이전 경력법률가 집단에서 지방대 비중은 7.3%에 불과했다. 이른바 ‘스카이’(SKY, 서울·고려·연세) 대학 출신 비중은 로스쿨이 55.5%로 사법연수원(61.6%)보다 6%포인트가량 낮다. 경력법률가 집단에서는 77.2%가 ‘스카이’ 출신이다.

로스쿨 출신 가운데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비율은 39.3%이고, 인문·사회(40.3%), 자연·공학(17.9%) 등 비법학 전공자가 60%를 넘었다. 같은 시기 연수원 출신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는 20.3%에 그쳤다. 하지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로스쿨을 도입한 25개 대학에서 동시에 법대가 폐지되고, 법대 졸업자들이 사법시험을 계속 준비했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로스쿨이 법조 다양성 확대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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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학력 낮을수록 학자금 대출 많아 학자금 마련 경로를 묻는 질문에 로스쿨 출신들은 ‘가족이나 친척의 지원’이라는 답변과 장학금이라는 답변이 각각 38.1%와 33.8%를 차지했다. 36.4%가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평균 대출액은 2957만원이다. 아버지의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대출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45.5%였으나, 전문대·대졸은 37.1%, 대학원 이상은 23.8%로 부모 학력이 낮을수록 대출 경험이 많았다.

연구팀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부유한 계층 출신이 법학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는 우려는 실체적 증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결론을 냈지만, 상당수 로스쿨생과 그 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 법조 현장의 평가는 연수원 출신이 나아 법조 현장에서 이뤄진 이들의 직무역량 평가는 전반적으로 연수원 출신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장 내 경력법률가들은 판례, 법률 지식, 법률적 분석, 추론 능력, 문제 해결 및 대안 제시 능력 등 역량 평가에서 40~43기 연수원 출신들에게 4.8점을 줬지만, 로스쿨 출신들에게는 3.64점을 주는 데 그쳤다. 13가지 항목 가운데 ‘국제적 업무 수행 능력’만 로스쿨 출신들이 직장 내 법률가들한테서 4.13점을 받아 연수원 출신(3.95점)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도 “앞으로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법률시장에서 (로스쿨 출신의) 평가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로스쿨의 애초 도입 취지가 ‘실무 역량 강화’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7년이나 된 로스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만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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