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한 건물에 있는 6.6㎡ 넓이의 ‘쪽방 변호사 사무실.’
로스쿨 도입 7년
③ 혼돈의 법조인 시장
1인당 월 수임 1.9건으로 경쟁 치열
새내기 변호사 ‘재택’ ‘쪽방’으로 시작
황교안 총리 17개월간 17억 벌어
③ 혼돈의 법조인 시장
1인당 월 수임 1.9건으로 경쟁 치열
새내기 변호사 ‘재택’ ‘쪽방’으로 시작
황교안 총리 17개월간 17억 벌어
ㄱ법무법인은 지난달 1000곳이 넘는 불특정 기업에 ‘선임비용을 10% 할인해준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했다. 사건 수임 전에 미리 변호사 선임비용을 할인해준다고 하는 것은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광고위반 심사위원회에 접수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ㄴ변호사 역시 광고 문구가 들어간 명함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다가 광고규정 위반으로 서울변회에 사건이 접수됐다. 이곳에 접수된 내용은 논의를 거쳐 시정조치를 권고하거나, 내용이 심각하면 내부 조사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신청이 된다.
등록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처럼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불법영업에 나서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서울변회에 광고 규정 위반으로 접수된 건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4건이다. 이 중 절반인 7건이 올해 접수됐다. 한 30대 변호사는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개업해도 사건이 없어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주고 다닌다는 얘기까지 있다. 이런 변호사들은 돈을 많이 벌려고하기보다는 아니라 생계를 위해 그렇게까지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계를 고민하는 젊은 변호사들은 취업은 물론 개업도 쉽지 않다.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 변호사’도 있고, 법조타운이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월 임대료 35만~55만원을 내고 단칸방 사무실을 쓰는 ‘쪽방 변호사’까지 생겨날 정도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수임하는 사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이 ‘깡치사건(복잡하고 ‘해결’ 가능성도 별로 없는 사건)’을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패소할 확률이 높고 의뢰인들이 밤낮으로 전화해 괴롭히는 경우도 많지만, 사무실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착수금 100만~200만원만 받고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젊은 변호사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딴 세상도 있다. 손쉽게 거액을 버는 전관 변호사들의 세상이다. 법무부 장관 취임 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17억원을 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서초동에서 가장 잘나가는 전관으로 알려진 홍만표 변호사(전 대검 기획조정부장)는 2013년 한해 100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사실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험료 상위 납부자 공개 때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 출신 전관들은 과거 직장 동료를 상대로 한 ‘부탁’의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대법원에 내는 상고심 의견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도장값’만으로 역시 수천만원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업 10년차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는 늘어도 전관들이 받는 수임료는 여전히 고액이다. 이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억대 수임료를 받는데, 평균적인 변호사들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했다. 서울변호사회가 집계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사건 수는 2011년 2.8건, 2012년 2.3건, 2013년 2건이었고, 지난해 1.9건으로 내려갔다.
사법연수원 출신 3년차 변호사는 “전관예우에 더 분개하는 건 젊은 변호사들이다. 그런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사건을 수임하지만, 전관예우 사건이 터져 비난을 받으면 법조인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연대책임’을 져야 하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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