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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집으로 간 돌고래 복순이 중에서 눈만

등록 2015-07-10 18:52수정 2015-07-11 14:42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윤운식의 카메라 웁스구라
몇해 전이다. 친한 친구의 딸아이가 성적표를 들고 왔는데 참, 기가 찼단다. 그래서 “넌,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는데 성적이 왜 이 모양이냐?” 하고 물었더니 녀석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씩 웃으면서 “아빠가 돌고래를 낳았어”라고 받아치더라나.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었던 그 친구는 “뭐야, 그럼 아빠가 돌고래라는 거야? 너 돌고래가 얼마나 영리한데 돌고래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냐? 듣는 돌고래 기분 나쁘게” 하면서 웃어넘겼다고 했다.

성적이 좀 맘에 들지 않을지 몰라도 순간의 재치로 자신의 위기를 넘기는 능력을 보아하니 그 아이의 미래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아이도 그 집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꼭 돌고래 같아서 그때부턴 나도 우리 집 아이를 가끔 돌고래에 비유한다. 물론 본인은 기분 나빠 하지만. 그렇게 비유를 해서 그러나? 이상하게 그다음부터 돌고래 사진을 보면 우리 집 아이가 떠오른다. 빤질빤질하고 날렵한 것이 말 안 듣고 딴짓하는 아이 같고, 약간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도 실룩거리며 아양 떠는 아이의 그것과 묘하게 비슷하다.

지난 6일 불법 포획으로 제주 퍼시픽랜드에 갇혀 있었던 남방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고향인 제주 앞바다에서 방류됐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적응훈련을 거쳤는데, 그 바다에 사는 일련의 돌고래 무리가 가두리 훈련장 근처로 와서 이들과 교감하고 망을 사이에 두고 같이 놀기도 했다고 한다. 음…. 역시 그 성적으로 돌고래와 견준다는 건 돌고래를 무시하는 거였어. 사진은 자연으로 방류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14일 복순이가 서울동물원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기기 위해 크레인에 실렸을 때의 모습이다.

사진기자로 현장에서 하는 중요한 고민 중의 하나는 앵글에 피사체의 범위를 어디까지 담을 것인가이다. 와이드렌즈로 축구 경기를 찍어놓고 “선배, 말만 하세요. 선수가 슛하는 것부터 관중 응원하는 것까지 다 있어요. 필요한 것 있으면 따서 (트리밍 해서) 쓰죠.” 이렇게 말했다간 부장 책상의 마우스가 머리로 날아올 것이다.

이 사진에서는 돌고래의 눈만 클로즈업됐다. 그동안 오래 생활했던 정든 곳을 떠나는 게 서운해서인지,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물 밖으로 나온 수중동물이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흘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돌고래가 눈물샘이 있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맞는데 감정 때문에 흘리는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또 깊게 들어가는 문제여서 그만.) 물론 크레인에 실려 옮겨지는 돌고래의 전체 모습도 있지만 6년 동안 함께했던 사육사와 떨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살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사진은 당시 돌고래가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해(돌고래 자신이 그렇게 느끼는지 여부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논외로 치고)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제149회 이달의 보도사진 피처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신문 사진에서는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설명적이어서 많은 경우 전체를 담은 사진을 선호한다. 시위 사진을 보면 시위대와 피켓, 경찰 등등이 한 장에 들어가 있고 기자회견을 봐도 제목을 담은 플래카드와 사람, 때때로는 관객까지 들어가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다른 기사와의 ‘주목도 경쟁’도 해야 하는 신문 사진의 특성상 그럴 것이다. 그러나 때론 특정한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위대의 피 흘리는 얼굴, 물대포 맞은 안경, 주름진 손 등. 결국 문제는 전체냐 부분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진이 당시 상황을 더 잘 표현하느냐는 것일지도 모른다. 돌고래는 인간의 손에 잡혀 좁은 수족관에서 재주를 팔면서 하루하루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다시 고향의 망망대해로 돌아갔으니 친구들과 잘 살겠지. 머리 좋은 짐승이니까. 아울러 친구네 집에 사는 돌고래도 우리 집에 사는 돌고래도 스스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빤질거리면서 책상을 벗어나던 우리 집 돌고래는 기말고사 잘 봤나 모르겠다.

윤운식 사진부 뉴스사진팀장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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