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랩’서 21개국 지목 직후
이탈리아 ‘해킹팀’ 내부 보고서
“언론에 시민 감시 노출될까 우려”
이탈리아 ‘해킹팀’ 내부 보고서
“언론에 시민 감시 노출될까 우려”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제작한 해킹 프로그램 ‘아르시에스’(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는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 감시와 인터넷 검열에 반대해온 국제단체들이 수년간 ‘감시’해온 요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는 아르시에스가 자유와 인권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국가들로 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탈리아 정부에 요청해왔다.
국제단체들은 해킹팀 내부 자료가 유출되기 전부터 아르시에스 사용 의심국가를 분류해 발표했는데, 한국 정부도 여기에 일찌감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근거지를 둔 ‘시티즌랩’이 지난해 2월 작성한 ‘아르시에스 사용 의심 국가’ 자료를 보면, 여기 적시된 21개 나라에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이, 말레이시아가 꼽혔다.
개인정보보호단체인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최근 펴낸 ‘해킹팀 감시 프로그램 수출 보고서’에서 이를 인용하며 “2012년 이후 ‘아르시에스’는 정치적 반대자와 언론인, 인권단체 활동가를 공격하는 데 쓰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함께 언급된 21개 나라 중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수단·콜롬비아·멕시코·터키 등을 “언론 자유와 인권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 정부의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 등으로부터 지탄받는 상당수 국가가 사용하는 해킹 프로그램을 한국 정부 역시 사용하고 있다고 적시한 셈이다.
한편 시티즌랩 보고서가 나온 직후(2014년 3월), 해킹팀 직원이 국정원 관계자를 만난 뒤 작성한 ‘출장보고서’에는 “(국정원 쪽이) 최근 (시티즌랩 보고서) 폭로로 아르시에스를 통한 시민감시를 (한국) 언론이 주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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