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나나테크 사무실을 알리는 안내판.
“통신장비에 RCS 기능 넣었다면
…전국 도·감청 시스템 구축 가능”
…전국 도·감청 시스템 구축 가능”
국가정보원이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국내 중소기업인 나나테크에 맡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나테크는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2003년 3월 설립된 정보통신설비 서비스업체다. 직원이 5~6명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케이티(KT),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U+), 온세통신 등 국내 여러 통신사업자에게 통신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온세통신 출신인 허아무개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국정원과의 거래를 ‘중계’했던 허씨는 한국통신, 온세통신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온세통신 관계자는 12일 “허씨는 통신설비 전문가로 1990년대 중반 온세텔레콤이 설립될 당시 한국통신에서 합류했다. 2002년께 퇴사한 뒤에는 왕래가 없었다”고 했다.
나나테크는 2006년 한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던 제이씨콤케이와 합병한 뒤 2006년부터 무역업과 통신장비 수출·수입업도 하기 시작했다. 한씨는 허씨와 함께 나나테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주변에서는 국정원과의 거래 관계는 한씨가 허씨보다 더 오래됐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나나테크 사무실은 ‘국정원-나나테크’ 관계가 알려진 지난 9일 이후 굳게 잠긴 상태다. 같은 건물에 있는 이들은 “최근까지도 사무실에 직원들이 드나들었다”고 했다.
국정원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민간업체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유지·보수 거래까지 맡긴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포괄적으로 이해해달라”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나나테크가 납품하는 ‘장비’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국정원이 구입한 아르시에스는 표적으로 삼은 모바일·컴퓨터 기기에 일종의 바이러스를 침투시켜야 해킹이 가능하다. 한 보안전문가는 “나나테크가 통신업체 등에 공급한 통신장비에 아르시에스 침투를 위한 조작이 있었다면 전국적인 도·감청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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