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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찰 안했다면서…무얼 급히 지우고 황망히 떠나야만 했을까

등록 2015-07-19 18:14수정 2015-07-19 21:03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시신이 19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시신이 19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여야 “현장 검증”→4일간 관련 기록 삭제→국정원 “파일 공개”
국정원 “복구 가능”…‘20년 베테랑’이 그걸 모르고 지웠다?
“남편이 최근 업무로 힘들어 해”…내부 감찰 등 압박 가능성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의 유서가 19일 공개됐지만, 사이버 안보 분야 20년차의 베테랑 전문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위 등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임씨가 유서에서 ‘오해를 일으킬’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혀, 삭제한 내용과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바로가기 : [전문] 국정원 직원 유서)

■ 떳떳하다며, 왜 극단적 선택을? 임씨는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 저의 모든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던”그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의 부인은 18일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최근 업무적으로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아르시에스(RCS)’라 불리는 해킹 프로그램을 해킹 전문업체인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고 사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 프로그램 구입과 운영 등을 맡았던 임씨가 국정원의 내부 감찰 등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4일 처음으로 “국내용이 아니라 대북용”이라는 해명과 함께 “담당 직원은 그 분야 최고의 기술자”라며 임씨 등 이 프로그램의 운영팀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자신이 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국정원은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장문의 공식 해명자료를 내어 “국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씨는 유서에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고, 자책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정원 행킹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국정원 들머리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정원 행킹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국정원 들머리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삭제된 자료는 무엇? 임씨는 유서에서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썼다.

임씨는 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최근 4일간 국정원에서 자신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관련 기록들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아르시에스 논란의 확산에 따라 여·야가 국정원 현장 검증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고 국정원은 해당 파일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이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임씨가 해당 파일들을 지운 뒤 국정원에서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하니까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의 주장대로 아르시에스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 대테러용으로 쓰였다면 임씨는 오히려 포상을 받아야하는데도 오히려 정반대로 자살을 택했다는 점에서 임씨의 자살 경위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임씨가 삭제한 파일의 복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현장 검증에 앞서 해당 파일을 삭제하려한 이유에 대해서는 석연치가 않다. 임씨의 운영 프로그램상 대북, 대테러용이라는 이유로 내국인에 대한 사찰이 실제 이뤄지지 않았는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아르시에스 프로그램의 국내 사찰 의혹 확산 속에서 자살한 임씨의 유서가 여러 의혹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홍용덕, 황준범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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