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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감사합니다’로 끝난 유서, 국정원 얼마나 권위적인 곳이면…”

등록 2015-07-20 11:55수정 2015-07-20 14:56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시신이 19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시신이 19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정원 직원 사망 경위에 대해 누리꾼들 의문 제기
“성완종 유서는 못 믿고 국정원 직원 유서는 진실?”

‘해킹 파문’ 의혹 제기에 강한 거부감 보인 국정원 향한 비판 이어져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등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 해킹 파문’과 관련한 의혹 제기를 종결해야 한다는 국정원의 반응이 나오자 SNS 등에 비판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histopian) 한양대 동아시아문제연구소 교수는 20일 오전 트위터에서 “대선 때 댓글 공작한 요원들은 ‘윗선’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고 기소조차 안 됐는데, 해킹 담당 요원은 혼자 다 끌어안고 자살했다”며 “다른 점이 충성심일까요, ‘윗선’일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내국인 사찰은 정보기관의 당연한 업무’라 믿는 사람이 이리 많은 나라에서 담당직원이 내국인 사찰을 안 했다며 자살하더니, ‘국정원 직원 일동’은 고인의 유서를 믿어야 한다며 공동성명을 냅니다. 너무 강한 부정은, 부정의 효과를 현격히 떨어뜨립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메이저 언론들이 ‘국정원 해킹 의혹’을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은 탓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거나 별일 아닌 것으로 아는 사람 많습니다. 그들은 ‘별일도 아닌 걸로 왜 죽나?’라는 의혹을 품습니다. 어쩌면 ’별일‘에 대한 그들의 의혹이 정당한지도 모릅니다”라고 적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가 19일 공개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의 유서. 임씨는 18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가족과 부모, 국정원에 노트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 경찰은 국정원에 남긴 유서 1장을 공개한 것이다. 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기 용인동부경찰서가 19일 공개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의 유서. 임씨는 18일 낮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가족과 부모, 국정원에 노트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 경찰은 국정원에 남긴 유서 1장을 공개한 것이다. 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재명(@Jaemyung_Lee) 성남시장도 19일 트위터에서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가수 이승환씨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정원이) 얼마나 엄밀하고 권위적인 곳이었으면 유서를 시말서처럼 쓰고 말미엔 ‘감사합니다’라고까지 썼을까요”라며 “기록을 다 삭제하실 정도로 무거운 짐 을 혼자서 인내하시고 감당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 올라온 국정원 직원의 사망 기사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성완종 비리 사건은 지지부진하더니, 국정원 자살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성완종 회장 유서는 못 믿고 국정원 직원 유서는 진실인가요?”(catl***) “대북 관련에만 사용됐고 국민 사찰은 없었다고 하는데, 왜 굳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자료들 삭제해가며 자살했는지 의문이 가는 게 사실이다”(cokk****) “국정원 직원이 남긴 유서를 보면, 사과의 대상이 국민들이 아니라 조직 상관과 조직 전체에 일방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 왜 그는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지. 국정원 직원들 눈에는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건지. 상식적으로 따져봤을 때, 아직도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Mira***)라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앞서 국정원은 19일 저녁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낸 ‘직원 일동’ 명의의 보도자료( ▶관련기사 : 국정원 “근거없는 의혹 제기” 거부감 드러내)를 내어 “이 직원(임씨)은 유서에서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그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국가안보의 가치를 더 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테러·대북 공작활동 자료 삭제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공작 내용이 노출될 것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의대로 이를 삭제하고 그 책임을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은 현재 그가 무엇을 삭제했는지 복구 작업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수미(@hopesumi)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일 트위터에서 “‘불법 해킹’ 들킨 것도 기막힌데, 버젓이 야당 탓 공동성명까지 냈다”면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던 국정원이 어버이연합 같은 사회단체가 되어 양지에 안주하기로? 국정연합으로 불러야할 듯.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국정원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건, 불법 감청을 지시한 국정원 자신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디 직원의 죽음을 조직의 방패막이로 쓰지 말기 바란다” (ken***) “국정원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도마뱀 꼬리 자르는 것처럼 힘없는 직원 한 명을 희생시킨다. 증거 인멸 겸 야당 정치 공세 때문에 압박감을 못 이기고 자살했다고 물타기 하는 용도로 써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 죽음의 정치공세라니, 정말 추잡한 조직이다.” (an****) 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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