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TF 사무실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파쇄 문서들.
언론사 외에 <ㅍㅍㅅㅅ> 등 인터넷 커뮤니티들 적혀
어버이연합·SNS 언급도…정상업무라며 왜 파쇄했나
어버이연합·SNS 언급도…정상업무라며 왜 파쇄했나
26일 저녁 6시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작업을 하기 위한 정부의 ‘비밀 조직’으로 의심받고 있는 비공개 티에프(TF) 직원 3명이 ‘퇴근’했다. 야당 의원들이 현장에 찾아온 이후 22시간 만이다. 비공개 티에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안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은 이날 경찰병력이 300명까지 배치되는 등 하루 종일 ‘대형 범죄현장’을 방불케 하는 접근 통제 상황이 벌어졌다.
이 티에프의 단장인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은 이날 “업무증가에 따라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한 것 뿐”이라며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야당 쪽에서는 이 티에프가 국정화 전환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비선 조직이라는 의혹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전날 직원들이 작업하던 컴퓨터에 역사교육지원팀(인계용)이라는 폴더가 있었다”(정진후 정의당 의원)는 점을 들어 “(인력보강이라는 교육부 해명과 달리)기존에 있던 역사교육지원팀 내용 인수인계 받았고, 새로운 내용 부여받아서 활동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전날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한겨레>를 비롯한 취재진이 티에프 사무실을 찾았을 당시, 티에프 직원들은 안에서 역사교사 2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의 연수자료집을 분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당 의원들과의 대치 상황이 벌어진 이후,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이 사무실 불을 끄고 컴퓨터 등 장비를 옮기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취재진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특히 26일 <한겨레> 취재진은 이 건물 안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한겨레>를 비롯한 각종 언론사의 이름과 <ㅍㅍㅅㅅ> 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이 담긴 파쇄 문서를 발견하기도 했다. 단어 단위로 잘게 파쇄된 수천여장 분량의 문서에는 ‘좌편향’ ‘어버이연합’ ‘에스엔에스 국정화지지활동’등의 단어도 적혀 있었다. 오 국장의 설명대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었다면 대규모 문서 파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파쇄된 문서에 적혀 있는 단어들과 파쇄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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