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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비판 입막음 강도 세지고 수법은 더 교묘해져

등록 2015-12-15 21:35수정 2015-12-18 00:13

여론 조성→제3자 고발→수사 착수
보수언론·단체·검경 ‘카르텔’ 형성

민주노총 한상균 소요죄 적용 논란
검경·사법부 권력 눈치보기도 큰몫
“이명박 정부 때보다 헌법적 기본권을 탄압하는 강도는 더 세지고 수법은 더 교묘해졌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인권 퇴행’에 대해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박성수씨의 경우에서 보듯, 경미한 범죄로 수개월간 인신을 구속당하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수(42)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돼 8개월째 수감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건 사회 전반에 ‘보수의 카르텔’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9월 발표한 ‘정부의 입막음 소송 사례 보고서’에서 “당사자의 고발 없이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또는 제3자 고발에 의해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등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반대 활동에 대해 보수언론이 비난 여론을 조성하면, 보수단체는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하고, 검경은 신속하게 수사와 기소에 나서는 관행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전 정권부터 추진된 검찰 장악, 언론 장악, 종편과 보수단체의 세력화가 이번 정권에서 완성돼 반대 세력을 유기적으로 공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다 기소된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다. 박씨는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보수 언론의 뭇매를 맞은 뒤 보수단체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신속하게 수사해 그를 기소했다. 최근 구속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 대한 소요죄 적용 논란도 보수단체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린 뒤 보수언론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집중 부각했고,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한 위원장을 포함해 민중총궐기 참여 58개 시민단체 대표들을 소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경은 “소요죄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화답했다.

헌법적 권리에 대한 ‘옥죄기’는 평범한 개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신촌의 한 건물에서 박근혜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뿌린 강아무개씨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돼, 경찰·검찰·법원을 거쳐 벌금 3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황아무개(44)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구 공방 창문에 박 대통령 얼굴 그림에 ‘독재자의 딸’이란 문구를 적은 포스터를 붙였다가 봉변을 당했다. 관할서 경찰관 5~6명이 몰려와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박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란 근거를 대라”고 으른 뒤 황씨의 포스터를 ‘증거물’로 떼어가려 했다.

헌법적 권리에 대한 국가기관의 과도한 침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집회·시위 사범 처리 현황’을 보면,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율은 2010년 69.5%에서 지난해에는 77.5%, 올해 상반기에는 82.8%로 높아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이 구속기소한 경우는 2010~2013년 2~7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크게 늘었다. 법원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 이상)을 선고한 비율은 2010~2012년 5.2~8.5% 수준이었으나 현 정부 출범 뒤인 2013년에는 15.8%, 지난해에는 10.1%로 높아졌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관련영상 : 선거구 획정, 한상균의 소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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