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던 <한겨레> 사진기자들이 한해를 마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진을 꼽아 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팍팍한 우리 현실탓인지 ‘무거운 사진’이 많습니다. ‘유쾌발랄’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 2016년을 기대하며 ‘2015년 나의 사진’을 11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여섯째는 김태형 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⑥ ‘Let’s Talk(이야기 하자)’
‘Let’s Talk(이야기 하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며칠 전 오랜만에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잠정합의했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복직희망자들의 순차적 복직’, ‘손해배상과 가압류 철회’ 등 합의내용은 해고노동자들이 그동안 공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외쳐왔던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은 그동안 안 해본 것이 없다. 2009년 70여 일 동안의 공장 안 옥쇄파업, 공장 밖 송전탑과 공장 안 굴뚝농성,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법적 소송, 대한문 앞 천막농성 그리고 수많은 단식농성, 삼보일배, 거리선전전까지.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그 모습들을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카메라로 기록하고 보도했다.
내게 올해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은 지난 1월 한겨울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공장을 방문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청테이프’를 이용해 ‘Let’s Talk(이야기 하자)’라고 쓴 작은 펼침막을 내건 모습을 찍은 것이다. 정리해고 뒤 짧지 않은 7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28명이라는 안타까운 많은 죽음이 있었다. 아직 모든 게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럽다. 하지만, 새해에는 해고노동자들이 8년 만에 환하게 웃으며, 공장으로 다시 출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