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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포토] 박종식 기자가 꼽은 ‘2015년 나의 사진’

등록 2015-12-27 10:34수정 2015-12-29 11:08

2015년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던 <한겨레> 사진기자들이 한해를 마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진을 꼽아 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팍팍한 우리 현실탓인지 ‘무거운 사진’이 많습니다. ‘유쾌발랄’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 2016년을 기대하며 ‘2015년 나의 사진’을 11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여덟째는 박종식 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⑧그럼에도 불구하고

<font color=#000000><b>기아차 해고 비정규직노동자 윤주형씨</b></font>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아차 해고 비정규직노동자 윤주형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2년 4월 22일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 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모인 노동자 중 그가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내린 머리칼과 또렷한 눈동자, 맑은 얼굴빛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에 쫓겨 이름과 해고 날짜만 물어본 채 헤어졌지만, 그의 맑은 얼굴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기아차 해고 비정규직노동자 윤주형 씨 자살’. 2013년 1월 29일 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를 보는 내내 정신이 멍했다. 나는 화성의 윤 씨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윤 씨의 장례식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원직복직 문제를 둘러싸고 해고자 모임과 정규직 노조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시신을 앞에 두고 노동자와 노동자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날 밤,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세상과 직면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울먹이는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자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믿는 사람이잖아.”

언제 어떻게 해고될지 모르거나 특정 시간만 쓰이고 버려지는, 이런 삶을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가 노동인구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이들을 둘러싼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진보에 대한 희망을 품고 대한문, 서울광장, 청계광장 앞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오늘도 카메라를 든다. 2015년 고 윤주형 씨를 비롯해 13명의 해고노동자들 다시 만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나의 대답이기도 하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한규협 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일째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판에 올라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관련기사▶ 3년 전 만난 해고노동자들…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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