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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포토] 신소영 기자가 꼽은 ‘2015년 나의 사진’

등록 2015-12-28 10:40

2015년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던 <한겨레> 사진기자들이 한해를 마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진을 꼽아 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팍팍한 우리 현실탓인지 ‘무거운 사진’이 많습니다. ‘유쾌발랄’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 2016년을 기대하며 ‘2015년 나의 사진’을 11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열째는 신소영 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⑩ 빛바랜 사진과 ‘단풍잎 편지’로 담은 이산가족 이야기

감이 익어가고 단풍이 한창 물들던 2015년 가을, 남쪽과 북쪽에서 수많은 이산가족을 만나고 취재했습니다. 남과 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은 조금만 참으면 만날 줄 알았다가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올해처럼 남북의 정치적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져야 겨우 만나는 게 현실이고 남쪽에만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중 살아계신 분이 6만 6000여 명에 달하다 보니 상봉 기회를 잡는 200여 가족 안에 드는 것이 복권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고이 지니고 있던 가족의 사진을 꺼내들고 북쪽에 보내는 ‘이산가족 영상편지’를 찍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북쪽 가족의 안부를 묻고 ‘꼭 만나자!’라는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어렵게 상봉의 기회를 얻은 가족들은 어떨까요? 그들 역시 2박3일 상봉기간 동안 얼굴을 마주보고 손을 붙잡고 함께 밥을 먹었지만 그 시간은 헤어져 있던 긴 세월에 비해 보잘 것 없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이게 무슨 이산가족을 취재한 보도사진일까?’하며 어리둥절해 하실지도 모릅니다. 카메라 렌즈를 보며 가족의 생사를 묻다가 눈시울을 붉히거나, 상봉 현장에서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미 지면을 통해 많이들 보셨을 것 같아 조금 다른 사진을 골랐습니다.

<font color=#000000><b>빛바랜 사진</b></font>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빛바랜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장은 적십자사가 만들어 북으로 보내는 ‘이산가족 영상편지’를 찍은 권혁동씨가 감나무가 있던 경북 영주의 집 마당에서 찍은 어릴 적 모습과 권씨의 얼굴을 본 적 없는 북쪽의 아버지 권오은씨의 사진입니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군에 징집되고 4개월 뒤 태어난 권씨는 이제 66살이고 아버지 권오은씨는 살아있다면 88살입니다. 어느 쪽이 어린 아들이고, 어느 쪽이 젊은 아버지일까요? 여태껏 서로 본 적 없는 부자의 옛 모습이 담긴 두 장의 사진이 익어가는 감과 함께 바래지고 있었습니다.

<font color=#000000><b>‘단풍잎 편지’</b></font>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단풍잎 편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른 한 장은 지난여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사건 등으로 남과 북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진 남북 합의를 통해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상봉행사 때 취재한 사진입니다. 2박3일의 상봉기간 중 마지막 상봉시간, 이 가족 저 가족이 모여 앉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던 제 눈에 북쪽 리경숙 할머니 손에 쥐여있던 단풍잎 한 장이 들어왔습니다. 단풍이 한창이던 금강산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편의 누나를 만나러 온 남쪽 올케가 숙소 근처에서 주은 낙엽 위에 ‘형님 반가웠습니다.’라고 곱게 적어준 글씨. 시대의 비극인 남북 이산가족의 현실이 오롯이 담긴 상봉현장을 취재하던 중 본 그 ‘단풍잎 편지’가 지금도 제 눈에 선합니다. 아마도 그 ‘단풍잎 편지’를 북쪽 리경숙 할머니는 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겠지요?

대통령은 통일을 외치고 있지만 올해 이산가족들을 만나 취재해보니 통일은 아직도 먼일 같아 보입니다. 소리없는 메아리 같은 영상편지, ‘로또’나 다름없는 일회성 상봉 대신 언제든 생사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편지 교환과 전화 연락을 허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전 세계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영상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 시대에 만난 남과 북 이산가족들의 눈빛이 마음을 어지럽게 했던 2015년 취재 현장이었습니다. 모든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나게 돼 더 이상 이산가족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기원해 봅니다.

신소영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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