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한겨레>의 신상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기억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사진에디터가 '콕' 집어 추천하는 ‘사진에디터의 콕’을 체크하세요. 머스트해브(Must Have) 사진, 잇(It) 사진을 강창광 에디터가 골라 매주 금요일 전달합니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율리 영동 빙벽장이 지난해 1월4일(왼쪽 사진)과 달리 5일 오후에는 암벽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있다. 영동군은 올해 겨울 엘니뇨 영향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얼음절벽이 만들어지지 않아 이달 23~24일 열기로 했던 제8회 국제빙벽대회를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송인덕 영동 빙벽장 운영위원장은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져야 얼음절벽이 만들어지는데 올해는 3~4일 반짝추위만 나타나 제대로 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동 빙벽장은 높이 40~100m, 너비 200m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의 인공 빙벽이다. 영동/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미국 워싱턴 의회 앞의 벚꽃, 눈 없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스키장.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한겨울에 발생한 미국과 영국의 홍수.
뭔가 수상하다. 지구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언론에서는 이를 ‘슈퍼 엘니뇨’ 탓이라고 한다. 요 녀석이 극지방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는단다. 지난해 12월 12일 전 세계 195개국 대표단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기후재앙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살리자.”라며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해 12월, 한반도 평균기온이 1973년 이래 42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남부지방에는 벌써 개나리와 진달래가 철모르고 핀 곳도 있다.
5일 오전 <한겨레> 편집국 사진부에서 아이템 회의를 열었다. ‘포근한 겨울 날씨’를 주제로 잡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찍을까? 얼음이 얼지 않아 취소된 ‘인제빙어축제’를 예년 사진과 비교해 신문에 실어보자는 의견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깊게 얼지 않았을 뿐이지 얕게 얼은 강의 모습이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못할 것 같아 장소를 바꿨다. 충북 영동의 빙벽장! 사진부 자료사진을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취재 당일과 단 하루 차이인 지난해 1월 4일 꽁꽁 언 영동빙벽장 사진이 있는 게 아닌가!
비교 사진은 사실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주제를 표현한 카메라 앵글과 찍는 위치가 최대한 비슷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동에 다녀온 기자가 다시 취재하러 갔다. 얼음이 녹아내려 바위 살을 드러낸 빙벽장의 모습 여러 장을 보내왔다. 지난해 사진과 비교해보니 완벽했다. 때마침 이날 오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빙벽대회가 취소됐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보도사진이 탄생한 것이다.
마음속으로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있는 청년세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다. 잠자고 있던 동장군이 화가 났는지 오늘 한파주의보가 경기 북부까지 확대되고 기온이 크게 떨어져 무척 춥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마음만은 따뜻하게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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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광 사진에디터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