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한겨레>의 신상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기억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사진에디터가 '콕' 집어 추천하는 ‘사진에디터의 콕’을 체크하세요. 머스트해브(Must Have) 사진, 잇(It) 사진을 강창광 에디터가 골라 매주 금요일 전달합니다.
1985년 대학에 갓 입학해서다. 서울에서 살았던 기자는 캠퍼스에 푸르름이 더해 갈 때쯤 선배 자취방에 놀러 간 적이 있다. 호기심을 갖고 둘러보니 세간살이라곤 옷가지와 이불만 있는 좁디좁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한쪽에 간장병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던게 기억난다. 그 시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 대부분은 형편에 따라 하숙을 하거나 혼자 자취 생활을 하곤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2016년 1월, 인구 천만의 국제도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고시원이란 그럴 듯한 간판을 단 건물 안, 2평이 안 되는 방에 사는 이들이 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만 열면 노후 생활(?)을 대비한다며 아파트 여러 채와 땅을 소유한 고위공직자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이 땅 청년들의 생활의 터전은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사진은 1월 11일치 <한겨레>신문 1면에 실린 정다훈(가명)씨의 방(
관련기사 ▶‘2평 월세큐브’에 갇힌 청춘의 꿈)이다. 새해 시리즈 연재물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기획기사에 딸린 이 사진은 때마침 이날, 미 공군 B-52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무력시위를 펼치는 바람에 신문에는 1단으로 쪼그라들어 실렸다. 아까운 사진이기에 여기에 소개해 보려 한다.
지난해 청년(15~29살)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9.2%를 기록했다. 지하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거빈곤 청년은 138만 명이 넘는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제한된 공간, 짧은 시간 안에 현장의 사진기자는 카메라에 이 청년의 모습을 담아야 했다. 공간은 좁은데 전체를 조망하는 모습을 담아야 하고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표준렌즈(ㄱ)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면 공간을 다 담지 못하고 광각렌즈(ㄴ)를 잘못 쓰면 오히려 렌즈의 왜곡현상으로 방이 넓어 보이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또 인물과 공간이 어우러지도록 카메라가 적당한 높이와 각도에서 위치해야 한다.
사진부 김성광 사진기자는 이 장면을 8 ~ 15mm 어안렌즈(ㄷ)를 이용해 찍었다. 상자를 연상시키는 방, 두 벌의 옷, 벽 한쪽에 걸린 거울,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청년……. 기사 제목인 ‘2평 월세큐브’에 갇힌 청춘의 꿈을 한 장의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 장면 말고도 B 컷(지면에 실리지 못한 사진)으로 불리는 사진이 수십 장이 더 있다. 그 중에는 예능 프로에 등장하는 소형 카메라를 천장에 매달아 찍은 장면도 있다. 비록 1단 사진이지만 이런 취재 과정을 거쳐 신문에 게재되었다.
대학 때 놀러 갔던 자취방의 선배는 현재 논밭을 일구며 농부로 살고 있다. 농부가 꿈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 2016년, 청년 정다훈씨도 세월이 지나면 이곳을 벗어나 이때를 젊은 시절의 애틋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까?
ㄱ)표준렌즈:사람의 시각과 가장 유사한 렌즈로 ‘35mm 카메라’에서는 50mm 렌즈. 이 렌즈를 이용해 찍으면 가장 자연스런 사진이 찍힌다.
ㄴ)광각렌즈:같은 거리에서 표준렌즈보다 더 넓은 범위를 찍을 수는 있는 렌즈. 하지만 대상을 왜곡시켜 원근감을 과장시킨다.
ㄷ)어안렌즈: 180˚의 시야를 가진 전체의 피사체를 담는 초광각 렌즈.
강창광 사진에디터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