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한겨레>의 신상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기억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사진에디터가 '콕' 집어 추천하는 ‘사진에디터의 콕’을 체크하세요. 머스트해브(Must Have) 사진, 잇(It) 사진을 강창광 에디터가 골라 매주 금요일 전달합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평화비 소녀상’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매서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비닐을 뒤집어쓴 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폐기를 촉구하는 농성을 20일째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 몇몇 시민들이 간이텐트를 가져다주기도 했으나, 경찰은 이를 채증하며 반입을 막았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일본 아베 총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소녀가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130㎝ 높이의 작은 소녀상입니다. 단발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 작은 ‘소녀상’이 무엇이기에 아베 총리는 입만 열면 철거 또는 이전을 요구하는 걸까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이하까지 내려간 19일 오후 소녀상과 그 주변의 모습입니다. 누군가가 털실로 정성스럽게 짠 파란색 모자와 두툼한 상의, 노란색 목도리가 소녀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손 위에는 손 난로가 놓여 있네요. 어느 누가 이를 하나의 청동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20년 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던 ‘수요시위’ 1000회를 맞아 2011년 12월14일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은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당시 모습을 상징합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 온 20년 수요시위의 역사를 우리 마음에 새기고 후손에게 남겨주기 위해”라고 평화비를 세운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소녀상은 세워지자마자 일본 정부의 철거 요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또한, 일본 극우파 남성들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는 일본 땅”이라고 쓴 말뚝을 묶어놓고 동상을 모독하는 등 만행을 저지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소녀상을 찾아와 미안해하며 마음을 아파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소녀상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자 아베는 25년이 넘도록 매주 이어지고 있는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향한 투쟁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의 1214차에 걸친 일본대사관을 향한 처절한 외침은 고스란히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소녀상 형상에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외무부 누리집에 모두 13개 항목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관련 Q&A’를 게재했습니다. 소녀상 이전 문제에 관해 “우리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10억 엔을 받기로 하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12일 일본 중의원에서 소녀상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라며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은 (소녀상이) 이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자 46명의 염원이 담겨 있는 소녀상은 외롭지 않습니다. 전국 곳곳에 여러 모양의 소녀상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만 갑니다. 20여 일 넘도록 비닐 한 장을 지붕 삼아 바로 옆에서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일 정부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요구하며 밤을 지새우는 학생들입니다. 또한, 수요시위가 열리는 날뿐만 아니라 다른 날에도 소녀상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소녀상을 찾아 손이라도 잡아봐야겠습니다.
사진에디터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