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이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난을 든 채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뉴스란 무엇일까? 꽤 거창하게 들리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다 뉴스다. 대만에 지진이 났다는 것부터 옆집 강아지가 병에 걸렸다는 것까지 따지고 보면 뉴스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뉴스란 것은 같은 사안도 사람마다 처한 위치에 따라 그 경중이 다르게 다가오는 속성이 있다. 설날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다는 뉴스가 속보를 타고 마구 쏟아질 때도 우리 집에서는 전을 부치고 있었다.(하긴, 전을 안 부친다고 뭐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같이 매일 뉴스하고 사는 사람이야 그게 큰 뉴스란 걸 알지만 밀가루에 달걀옷을 입히고 프라이팬에 올려놓는 어머니는 저쪽에서 뭐를 발사하든 간에 그것이 이 땅에 떨어지는 게 아닐 바에야 별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오히려 힘들게 부쳐놓은 전을 배 아프다며 안 먹는 손자의 몸 상태가 시시각각 더 큰 관심사로 다가왔다.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에서는 하루 종일 쏟아지는 뉴스거리를 안고 산다. 무엇이 뉴스가 되고 안 되는지를 독자에게 맞게 판단하는 것도 매체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뉴스의 속성 중에서 또 하나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그 가치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가치가 뒤로 밀리다 보면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된다. 일상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일 뿐 뉴스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어지간한 자살 뉴스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가 오이시디(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자살이 일상이 된다? 아… 끔찍한 사회다.
북한에서 남쪽의 대기업 총수나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할 때 조화를 보내는 시대가 된 마당에 같은 나라에서 유력 인사의 생일과 장례식에 난이나 화환을 보내는 것이 뭐가 그리 큰 뉴스가 되겠는가? 주요 뉴스로 삼기엔 너무나 일상적이지 않았던가? 보내준 화환을 분에 못 이긴 주최 측에서 때려 부수고 버린 것 정도가 뉴스가 됐었는데-그것도 흔해서 이젠 주요 뉴스가 되지도 않지만-요즘에는 이상한 방향으로 그것이 뉴스가 돼버렸다. 그것도 상당히 주요한 뉴스로 말이다.
일상이 주요 뉴스가 된 것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이었다. 한때 같은 배를 탔다가 전향(?)해 야당의 실세가 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축하 난을 청와대에 보내려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 처음엔 생일에 축하 난을 보내는 것이 무슨 뉴스가 될까 싶어 출입기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어라? 그 난이 청와대와 세 번의 통화 끝에 보내지지 못하고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지난번 유승민 의원의 상가에 조화를 보내지 않았던 그분의 통 큰(?) 마음을 한 번만이라도 헤아려봤다면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오전에 벌어진 일이라 인터넷에서 온갖 비난이 쇄도하자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난을 다시 받기로 했다. 안 받는 것도 다시 받기로 했다는 것도 모두가 이해 가지 않는 행동이다. 오전 내내 인구에 회자된 소식이니 다시 전달하러 간다는 데 안 따라갈 사진기자가 없다. 마침 야근이라 오후에 출근한 사진기자가 가서 찍어왔다. 예상대로 각 매체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일상이 뉴스인지 뉴스가 일상인지 뒤죽박죽이다.
경제다 외교다 해서 신경 쓰실 일도 많으실 텐데 화환 하나 난초 하나가 주요 뉴스가 되게 하시니 좀 서글프다. 적도 우리 편으로 끌어안아야 하실 분 아니던가? 그냥 뉴스는 뉴스로 가고 일상은 일상으로 가자. 세상이 어찌되든지 기름 두르고 전만 부치실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윤운식 사진에디터석 뉴스사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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