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부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찰 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보기관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
저인망식 수집한 통신자료
국정원 다른목적 사용 우려도
저인망식 수집한 통신자료
국정원 다른목적 사용 우려도
“대체 왜 내 통신자료를 뒤져본 거지?!”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이 자신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를 고지해야 할 법적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이 ‘수사의 밀행성’‘국가안보 사안’이란 이유를 들어 설명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한겨레> 기자임을 밝히고 이유를 물었을 때, 몇몇 지역의 일선 경찰서를 제외하곤 대부분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3월4일 한겨레의 ‘등기이사’이기도 한 정석구 편집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대해 공식·비공식 답변을 모두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 출입처인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지난해 5월12일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것을 확인한 최상원 지역부문 기자의 경우,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종결된 사안이고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이유를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저인망식 통신자료 제공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15일 “수사의 밀행성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한 강신명 경찰청장(<한겨레> 3월15일치 10면)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어서다.
경찰 쪽의 공식 입장은 “요청 사유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경찰에게 믿고 맡겨달라”는 것이다. 28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겨레> 등의 문제제기 뒤 “내부적으로 수사국에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통신자료의 요청에서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프로세스를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통신자료가) 영장주의의 예외라는 법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쪽에선 ‘조직 차원에서 통신자료 취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조회 이유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의 경우, 지난해 5월8일 박용현 논설위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이유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각 검사가 전결 처리하기 때문에 문서번호만으로는 누가, 왜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유 공개를 거부했다.
답변을 듣기 가장 어려운 조직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 쪽에선 “국가안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거부했다. 수집한 통신자료의 처리·관리에 대해서도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내국인의 통신자료를 수사목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내란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안 정도인데, 국정원은 대공이나 대정부전복, 테러방지 등을 근거로 ‘정보수집용’으로 통신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수사 목적에 한해 통신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국정원이 견제나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수집·축적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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