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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국에 네 죽음 알릴게”…아빠는 또 짐을 꾸렸다

등록 2016-05-04 19:06수정 2016-05-04 22:29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씨가 4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옥시 영국 본사에 항의하기 위해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연 뒤 여권과 짐가방을 챙기며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씨가 4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옥시 영국 본사에 항의하기 위해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연 뒤 여권과 짐가방을 챙기며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7년전 5살짜리 아들 잃은 김덕종씨
옥시 영국본사로 두번째 항의방문
영국·덴마크 검찰에 고발장 접수
“공식적인 사과 꼭 받아내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영국에 갑니다. 영국에서 존경받는다는 기업의 행동을 영국 국민들에게도 알리고 공식적인 사과도 받아낼 겁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김덕종(40)씨가 말했다.

7년 전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을 잃은 김씨는 4일 오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날 오전 김씨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과 덴마크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혹은 판매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을 방문해 항의하고 각국 정부·검찰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때 김씨가 입은 노란 조끼엔 ‘내 아이를 살려내라!’라고 쓰여 있었다.

경북 칠곡소방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2009년 5월7일 아들 승준(당시 5살)군을 잃었다. ‘원인 모를 폐질환’이 진단명이었다. 2년 뒤 정부는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한 산모들의 병을 유발한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다. 2014년, 승준군의 죽음도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영국행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5월에도 최 소장과 함께 레킷벤키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김씨는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하다가 3일째 돼서야 본사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 등은 이번에 영국에 도착하면 먼저 5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리는 레킷벤키저의 연례주주총회장으로 갈 계획이다. 김씨는 주주총회 소식을 지난주에 뒤늦게 전해 듣고 부랴부랴 휴가를 냈다. 한국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실과 옥시의 전·현직 이사진 및 영국 본사의 현재 이사진이 103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주주들에게 알리고 본사 차원에서 책임질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앞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의 기자회견에선 한국법인을 책임지는 아타 사프달 대표가 사과를 한 바 있다.

레킷벤키저는 2일 자사 누리집에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과 비슷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엔 “옥시레킷벤키저와 레킷벤키저는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비극의 모든 희생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현했다”며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고 적혀 있다. 김씨는 레킷벤키저 쪽의 기자회견 발표 내용과 누리집에 게시한 사과문에 대해 “아시다시피 면피적인 내용밖에 없는 사과 아니냐”며 “그런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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