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영국 런던 레킷벤키저 본사 연례주주총회 행사장 앞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왼쪽)과 김덕종씨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최예용 소장 제공
5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레킷벤키저 본사 연례주주총회 행사장에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메시지가 낭독됐다.
주총 의장이 직접 읽은 이 메시지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을 잃은 김덕종씨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주총에 앞서 전달한 것이다. 이들은 행사장 앞에서 현지 환경단체와 함께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알리는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메시지엔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에 이어 영국 본사의 공개 사과, 본사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와서 피해자 앞에서 직접 사과, 영국 본사 및 한국지사 이사진 해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대책 마련, 모든 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안전 점검 실시 등 5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라케시 카푸르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는 이날 주총에서 “우리 옥시 제품이 한국에서 사람들한테 해를 끼쳐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것을 인정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개인적으로도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영국 환경단체 ‘지구의 벗들’ 활동가들도 103명의 목숨을 앗아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규탄에 합류했다. 최 소장은 주총을 마치고 나온 주주들을 통해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주주라서 힘이 없지만 다른 주주들과 필요한 조처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또다른 가해 기업인 홈플러스를 소유했던 테스코의 런던 시내 매장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김씨 등은 6일 오전(현지시각)엔 카푸르를 면담할 예정이다. 최 소장은 이날 카푸르가 주총에서 한 사과 발언이나 이날 면담에서 사과하더라도 “본사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와서 피해자 앞에서 사과하라는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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