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메시지
영국 본사 주총장에 울려퍼져
카푸르 CEO “대단히 유감”
영국 본사 주총장에 울려퍼져
카푸르 CEO “대단히 유감”
“레킷벤키저의 모토는 건강, 위생, 그리고 가정입니다. 그러나 레킷벤키저와 당신네 제품은 한국의 건강, 위생, 가정을 완전히 파괴하고 상처를 입혔습니다.”
5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레킷벤키저 본사 연례주주총회(주총) 행사장에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에이드리언 벨러미 주총 의장이 직접 읽은 이 메시지는 2007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을 잃은 김덕종(40)씨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주총에 앞서 전달한 것이다. 이들은 주총장 앞에서 영국 환경단체 ‘지구의 벗들’ 활동가들과 함께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알리는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아들 승준(사망 당시 5살)군의 기일(7일)을 앞둔 김씨의 손엔 당시 썼던 옥시 살균제 통이 들려 있었다.
메시지엔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에 이어 영국 본사의 공개 사과,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와서 피해자 앞에서 직접 사과, 영국 본사 및 한국지사 임원진 해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대책 마련, 모든 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안전 점검 실시 등 5개 요구사항이 담겼다. 최 소장은 주총을 마치고 나온 주주들로부터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주주라서 힘이 없지만 다른 주주들과 필요한 조처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 등은 6일엔 라케시 카푸르 최고경영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영국 주요 언론들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피해자 가족 등의 런던 본사 주총행사장 앞 시위 등을 관심있게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온라인판에 카푸르 최고경영자가 5일 주총에서 (가습기 살균제) 해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도 주총에서 카푸르가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로 한국인들한테 해를 끼친 것에 대해) 이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이행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한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수지 전정윤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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