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영국 본사 앞 시위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씨(오른쪽 둘째)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가운데)이 5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런던 시내 옥시 본사 레킷벤키저 연례주주총회장 앞에서 영국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면담서
“주총서 유감 표명” 도중에 자리 떠
항의단 “기대 컸는데 분노 치밀어”
“주총서 유감 표명” 도중에 자리 떠
항의단 “기대 컸는데 분노 치밀어”
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 라케시 카푸르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사과하라”는 한국 쪽 피해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사과를 받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간 항의방문단이 6일 오전(현지시각) 카푸르와 가진 40여분간의 만남은 피해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날 오전 11시10분부터 40여분 동안 카푸르 최고경영자를 면담하고 나온 뒤 <한겨레> 기자 등 취재진에 “어제 (런던) 주주총회에서 말한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사과한다면 최소한 한국에 와서 사과하라고 했는데 자신은 이걸 전하는 것으로 다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카푸르 최고경영자가 5일 주총에서 (가습기 살균제) 해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최 소장은 이어 “카푸르 최고경영자는 ‘사과’가 아니라 계속 ‘유감’(regret)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를 만나기 위해 자기가 ‘그 많은 약속을 취소했다’며 ‘대단하지 않으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먼저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2007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아들을 잃은 김덕종(40)씨도 “큰 기대를 가지고 만났는데,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데는 채 5분이 안 걸렸다”며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푸르 최고경영자가 개별적으로 (둘만 만나서) 저희(저)에게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지난해 영국 방문 때 그들의 입장과 오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 영국의 대기업이 한국을 대하는 입장,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하는 입장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전날도 런던의 레킷벤키저 주주총회장 앞에서 영국 환경단체 ‘지구의 벗들’ 활동가들과 함께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전한 메시지는 주주총회장에서 에이드리언 벨러미 주총 의장이 직접 읽기도 했다.
런던/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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