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종씨
SNS에 올리며 서글픈 추모
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로부터 “유감이다”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선 다음날인 지난 7일, 아들의 7번째 기일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아빠는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평소 아들 승준군과 같이 가고 싶었던 런던의 명물인 ‘런던아이’ 관람차를 찾았다. 아들이 좋아하던 둥근 풍선도 챙겼다. 관람차에서 승준군의 사진을 꺼내 든 김덕종(40)씨는 “허망하게 떠난 승준이는 7년 만에 런던에서 아빠 손 잡고 뭇 아이들 속에서 런던아이를 탑니다”는 글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아들의 기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추모했다.
김씨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승준군은 2009년 어린이날인 5일 대구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 하늘로 떠났다. 정부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2011년에야 김씨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탓임을 알게 됐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과 함께 지난 4일 영국을 다시 찾아 6일 라케시 카푸르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지만 “한국을 방문해 사과하라”는 요구는 거부당했다. 하지만 김씨 등은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현지에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런던항의행동단’이 지난 5일 레킷벤키저 주주총회 행사장에 전달한 메시지와 항의시위는 <파이낸셜 타임스>(FT) <비비시>(BBC) 등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홈플러스의 책임을 물어 테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교민 모임인 영국한인회와 함께 간담회와 가습기 살균제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현지와의 연대 논의도 넓혔다.
김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놀이공원(런던아이)을 보니 아이 생각이 많이 났다”며 “문제가 끝날 때까지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들한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항의행동단은 8일 아침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제조한 케톡스사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덴마크로 이동했다. 이들은 덴마크 환경부·외교부·검찰 등을 방문하고 11일 귀국한다. 최 소장은 이날 모바일 메신저 ‘밴드’를 통해 “레킷벤키저의 3대 주주인 노르웨이 정부 연금기금에 호소해 책임을 묻고, 레킷벤키저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을 영국 현지에서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런던/황금비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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