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마트에서 생활용품 확인했더니…
해로운지 알수없는 ‘외계어’
알레르기 유발해도 ‘향료’로 표기
마트에서 생활용품 확인했더니…
해로운지 알수없는 ‘외계어’
알레르기 유발해도 ‘향료’로 표기
“이 설명만 봐서는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도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쓸 방향제를 고르던 정아무개(30)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향제 속에 든 화학제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걸 몰랐을 땐 향이 좋은 제품 위주로 선택했어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나 따져보는데, 제품 용기에 쓰인 설명만 봐서는 모르겠어요.” 코스코이가 수입하고 국내 대기업 엘지(LG)생활건강이 판매하는 이 방향제는 제품 성분을 ‘향료’라고만 표기하고 있었다.
<한겨레>가 최근 서울의 대형마트 3곳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위해우려제품’ 15종 112개를 점검해보니, 방향제 성분을 ‘향료’라고 표기하는 등 ‘동어반복’식의 엉터리 성분 표기를 한 제품만 1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분이 전혀 표시되지 않은 제품도 2건이나 됐다. 기준대로 성분명을 표기한 제품도 일반인들에겐 ‘외계어’에 가까운 화학물질이 나열돼 소비자들이 한눈에 위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충제·방청제 등 위해우려제품
작년 성분·독성 표기 의무화에도
표기 않거나 화학명 나열한 수준
판매자들엔 성분표시 의무 없고
정부 사이트는 정보 검색 ‘먹통’
“유해 성분 알고 싶은데 알 길 없어” 환경부는 지난해 6월 “국민 건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독제 등 15종의 생활화학제품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방충제·방청제 등 7종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유해화학물질·발암물질 등이 포함되면 성분을 표기하고, 일정 농도 이상 들어가면 ‘독성 있음’ 표기와 함께 그림 문자까지 넣도록 의무화했는데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2개 제품 가운데 ‘독성 있음’을 표기한 제품은 ‘크린스타 방충제’ 등 4건뿐이었다. 유럽연합(EU)에선 탈취제에 넣지 않는 살생물제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이 포함됐지만 별도로 살생물제라고 표기하지 않은 탈취제도 2개가 있었다. 각종 성분 표기와 함께 ‘자세한 성분 확인이 필요하신 경우, 소비자 상담실로 전화주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한 제품은 단 하나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표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을 조사했다”며 “조만간 발표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표시 기준 등을 어긴 업체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도 세정제·섬유유연제 등 8종은 오는 10월부터 기준 적용이 시행돼 현재까진 표시 의무도 없다. 특히 온라인몰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선 성분 표시와 관련해 어떤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선의’에 따라 라벨이 찍힌 제품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성분 표기를 생략·축소하기도 했다. 엘지생활건강에서 내놓은 ‘샤프란 꽃담초 섬유탈취제 연꽃’의 경우, 실제 제품 라벨엔 구연산·소취제·계면활성제 등 9가지 성분이 적혀 있지만, 한 온라인 마켓엔 ‘식물추출물, 유기성 세균제거성분, 허브에센스 등’으로만 적혀 있었다. 환경단체에선 업체들이 ‘기준’에 맞춰 성분을 표기하더라도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소비자 스스로 제품에 포함된 특정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제품이 아니라면 개별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고 ‘향료’나 ‘계면활성제’ 등 일반적인 표현으로 뭉뚱그려 표시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합성향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해 정확한 성분 표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지난 3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욕실세정제 8개와 곰팡이제거제 6개 성분을 조사한 결과, 세정제 2개에서 알레르기성 향료인 ‘디-리모넨’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경석 환경정의 유해화학물질팀장은 “성분 표기가 확대되지 않으면 사전 예방은 물론, 알레르기 등 신체 반응이 나타나도 소비자들이 원인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성분 표기를 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화학명으로 표기된 제품 성분의 특성을 설명해주기 위해 정부가 구축한 화학물질정보시스템이 ‘먹통’일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16일 옥시레킷벤키저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환경부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화학물질정보’에서 찾아봤더니, 1523개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위해성 여부 판단과 큰 연관이 없는 내용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검색되는 탓이다. 박수지 고한솔 이재욱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
작년 성분·독성 표기 의무화에도
표기 않거나 화학명 나열한 수준
판매자들엔 성분표시 의무 없고
정부 사이트는 정보 검색 ‘먹통’
“유해 성분 알고 싶은데 알 길 없어” 환경부는 지난해 6월 “국민 건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독제 등 15종의 생활화학제품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방충제·방청제 등 7종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유해화학물질·발암물질 등이 포함되면 성분을 표기하고, 일정 농도 이상 들어가면 ‘독성 있음’ 표기와 함께 그림 문자까지 넣도록 의무화했는데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2개 제품 가운데 ‘독성 있음’을 표기한 제품은 ‘크린스타 방충제’ 등 4건뿐이었다. 유럽연합(EU)에선 탈취제에 넣지 않는 살생물제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이 포함됐지만 별도로 살생물제라고 표기하지 않은 탈취제도 2개가 있었다. 각종 성분 표기와 함께 ‘자세한 성분 확인이 필요하신 경우, 소비자 상담실로 전화주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한 제품은 단 하나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표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을 조사했다”며 “조만간 발표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표시 기준 등을 어긴 업체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도 세정제·섬유유연제 등 8종은 오는 10월부터 기준 적용이 시행돼 현재까진 표시 의무도 없다. 특히 온라인몰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선 성분 표시와 관련해 어떤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선의’에 따라 라벨이 찍힌 제품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성분 표기를 생략·축소하기도 했다. 엘지생활건강에서 내놓은 ‘샤프란 꽃담초 섬유탈취제 연꽃’의 경우, 실제 제품 라벨엔 구연산·소취제·계면활성제 등 9가지 성분이 적혀 있지만, 한 온라인 마켓엔 ‘식물추출물, 유기성 세균제거성분, 허브에센스 등’으로만 적혀 있었다. 환경단체에선 업체들이 ‘기준’에 맞춰 성분을 표기하더라도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소비자 스스로 제품에 포함된 특정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제품이 아니라면 개별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고 ‘향료’나 ‘계면활성제’ 등 일반적인 표현으로 뭉뚱그려 표시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합성향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해 정확한 성분 표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지난 3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욕실세정제 8개와 곰팡이제거제 6개 성분을 조사한 결과, 세정제 2개에서 알레르기성 향료인 ‘디-리모넨’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경석 환경정의 유해화학물질팀장은 “성분 표기가 확대되지 않으면 사전 예방은 물론, 알레르기 등 신체 반응이 나타나도 소비자들이 원인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성분 표기를 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화학명으로 표기된 제품 성분의 특성을 설명해주기 위해 정부가 구축한 화학물질정보시스템이 ‘먹통’일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16일 옥시레킷벤키저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환경부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화학물질정보’에서 찾아봤더니, 1523개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위해성 여부 판단과 큰 연관이 없는 내용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검색되는 탓이다. 박수지 고한솔 이재욱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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