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내변호사도 소환 조사…영국 본사 역할 규명이 핵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전·현직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9일 처음으로 현직 임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후 옥시의 재무담당이사 울리히 호스터바흐(49·독일)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올 1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본격 수사한 이래 옥시 외국인 임원이 검찰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오후 2시께 썬글라스를 착용한 채 검찰청사에 도착한 그는 ‘옥시측에서 서울대 교수에게 (별도 자문료로) 1천2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도 묵묵부답이었다.
호스터바흐씨는 2010년 7월 처음 옥시 이사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옥시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검찰은 그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가 불거진 뒤 옥시의 대응과 여러 증거은폐 의혹, 영국 본사의 역할 등을 잘 알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의 사고 대응과 관련한 세부적인 비용 지출 내역과 지출 경위, 본사의 승인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측에 유리하게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호서대의 독성실험 용역비와 각 책임교수에게 지급된 별도 자문료도 호스터바흐씨의 결재를 거쳐 지출됐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옥시 사내변호사를 지낸 김모씨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변호사는 영국 본사와 옥시 간 연락책 역할을 하며 제품 판매의 법적인 문제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조사는 호흡곤란·가슴통증 등 제품의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된 뒤 본사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했는지 파악하는 작업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께 존 리(48) 전 옥시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출국정지 상태인 그는 현재 구글코리아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계인 존 리 전 대표는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부작용 민원이 제기된 뒤 제때 제품 수거 및 판매 중단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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