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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인 이유

등록 2016-05-19 23:55수정 2016-05-24 14:30

‘강남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강남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서천석 정신의학 전문의 “정신병적 증상은 사회적 맥락 반영
여성혐오 현상이 우리 사회에 없었다면 그런 망상도 없었을것
정신병이 원인이냐, 여혐이 원인이냐는 수준낮은 논쟁 멈춰야”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에서 낯선 남성에 의해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두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이가 저지른 사건이므로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장이 “정신병적 증상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며 “이 사건은 분명한 여성 혐오 범죄고 수준 낮은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이 권위주의 독재시절엔 중앙정보부, 1980년대엔 미국 중앙정보국(CIA), 2000년대엔 삼성이 소재가 된 것을 언급하며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속에 있다”고 적었다. 서 소장은 “그(피의자)가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사회적 맥락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혐오’”라며 “이것이 그의 망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망상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고 여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이 남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에 비해서 특별히 남자들에게 더 기분 나쁜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 내에서 최근 들어 뚜렷하게 늘어난 심리적 현상인 여성 혐오가 (만약 그에게 정신병적 망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의 망상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라며 “여성 혐오 현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망상을 갖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망상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석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천석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 소장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규정하며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이유는 강력사건의 희생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8배인 우리 사회의 위험한 현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 혐오 의식이 정신병의 증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면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런 의식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구조적 개혁을 하고 의식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정신병이 범죄의 원인이냐? 아니면 여혐(여성혐오)이 원인이냐?’ 같은 수준 낮은 논쟁은 이젠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여러 전문가·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으로 환기된 ‘여성을 노린 범죄’와 ‘여성혐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중

“피의자의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는 언급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중략) 이 문제를 “여성혐오범죄다”라고 부르는 것이 유의미한 것은 이 문제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범죄자는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언급했고, 그 언급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전형적인 혐오범죄의 양태(대상 집단의 공포와 분노)가 나타난거죠. 그런 분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페이스북 중

“묻지마 범죄냐 증오범죄냐 구분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여성들이 강력범죄로 희생된다는 사실입니다. 2014년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995년 72.2%였던 여성 피해자 비율이 2014년에 87.2%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꾸준히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역시 저항력이 약한 약자, 특히 여성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한 여성혐오 확산과 범죄의 관련성을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방금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분노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혐오범죄.분노범죄.묻지마 범죄가 없도록 이 병든세상을 치유해 가겠습니다. 현장과 기억보존 조치도 함께 하겠습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트위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피해사건’ 추모에 관해 강제철거 등 많은 우려와 의견을 주셨습니다. 진선미 의원실도 강남역 추모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초구청에 확인했다. 시민들의 추모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한다고 했으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유가족분들의 심정이 어떠실까요”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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