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고백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다짐이 되어 돌아왔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피해자를 추모하고, 성폭력 근절을 주장하는 추모 집회가 열린다.
17일 저녁 7시 서울 신논현역 6번출구 앞에서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를 맞아 전국 동시다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인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가 열린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했던 주점 건물과 강남역 10번출구를 행진하고, 현수막에 흰 리본과 포스트잇을 붙이며 피해자를 추모할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동시간대 대구, 부산, 전북, 창원에서도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여성단체는 강남역 여성살해 2주기를 맞아 지난달 21일부터 5월15일까지 약 3주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1만인 선언’ 참여자를 모집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오보람 사무국장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을 비극적으로 나타낸 사건이 바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라며 “더 이상의 성폭력은 없어야 한다는 다짐을 보여주기 위해 일간지 지면에 1만인 선언 광고를 게재하고,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보내주신 선언을 바탕으로 만든 선언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6년 5월 17일 남성 김아무개(35)씨는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던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는 점, 50여분간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면서 남성 6명은 그대로 보낸 뒤 처음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여성혐오 살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남역 사건 이후 성폭력 근절과 여성의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 대상 범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의 피해자 3만1431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88.9%(2만794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수로만 보면 2000년 6245명에서 약 4.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피해자가 여성이 대다수인 성폭력범죄의 경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공개한 <2017 범죄분석> 보고서를 보면, 성폭력범죄 발생비(인구 10만명당 발생 건수)는 2007년 29.1건에서 2015년 60.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56.8건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95.1%나 증가한 수치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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