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의 대명사가 된 수원대 이인수 총장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교수들의 삶은 신산하기만하다.
수원대 정문 앞에서 이인수 일가의 전횡과 대학사유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를 정식으로 신고하고 개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1년 365일 내내 같은 장소에 수원대 교직원들이 낸 집회신고서가 이미 접수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같은 장소에서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1인 시위는 경찰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수원대 해직교수였던 이재익 교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그에게 한 교직원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반말을 퍼부었다. “여기는 우리 자리야!” 이 교수가 해직됐으니 수원대 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직원은 계속해서 “총장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이 교수를 “범법자”라고 몰아세우더니 그가 메고 있는 피켓을 툭툭 쳤다. 모욕적인 도발이었다. 이에 맞서는 이 교수에게 주먹을 날리고 그가 넘어지자 급기야는 발로 수차례 짓밟았다. 직원은 이 교수를 짓밟는 그 순간에도 이인수를 칭송하는 말을 무슨 주문처럼 외쳤다. 마치 누구 들으라는 듯.
이원영 교수도 비슷한 봉변을 당했다. 그가 이인수 반대 서명을 권유하면서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근처에 포진해 있던 수원대 직원들이 서명작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내쫓았다. 이 교수가 항의하자, 이들은 떼지어 몰려와 “어따가 주먹을 쥐어?”, “쳐봐, 이 ○○야!” 등 상스런 욕설로 이 교수를 겁주고 모욕했다.
재판 준비를 위해 이 영상들을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모욕적인 봉변에 비하면 파면이나 재임용 거부, 형사고발 등은 차라리 신사적이다. 수원대 쪽은 이인수 총장의 명예를 훼손했며 교수들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넘어진 교수를 발로 짓밟는 물리적 폭력에 비추어 보면 10억원도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나쁜 악 때문에 덜 나쁜 악이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수원대뿐이랴? 사학비리가 존재하는 모든 대학에 공통적인 문제다. 이런 일이 비단 교수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교직원과 학생들도 교수들과 비대위를 만들어 투쟁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의를 차마 그냥 넘길 수 없는 양심이 죄라면 죄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른다. 홍정희 건국대 직원노조 위원장은 김경희 재단 이사장의 비리 문제로 학교 재정이 심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취지의 감사청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고 이를 직원들과 공유했다가 기소되어 6개월 간 수감되기도 했다.
사회의 정의와 상식의 수준은 악행을 사전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단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동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사학비리에 관한 한 교육부, 감사원, 검찰 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기적으로 한발짝 늦고, 핵심이 뻔히 보이는데도 주변을 맴돈다. 특히 검찰은 오히려 피의자의 변호사를 자처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들 국가기관이 고의에 가까운 태만을 저지르는 동안 ‘악의 견제’는 양심을 가진 소수의 몫이 되었다.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이들 소수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조력하는 일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당사자들은 징계와 형사처벌을 각오하는데 반해 변호사는 잃을 게 별로 없다. 가슴이 아프다. 이들이 기운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검찰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양심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족벌의 하수인들에게 이들이 최소한 주먹질과 발길질 같은 참담한 봉변 만큼은 당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광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