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은 1980년대 초반 대학 시절 역도부 반장이었다고 한다. 데모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어느 날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전투경찰 사이에 투석전이 벌어졌다. 뜻하지 않은 정의감이 발동했을까. 근처에 놓인 무거운 화분을 역도부 반장답게 가뿐히 들어 경찰 쪽을 향해 던졌다고 한다. 덕분에 경찰서 신세를 졌고, 한동안 친구들 사이에선 “운동부 김시곤이 이젠 운동권”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됐다. 최근 불거진 청와대의 한국방송 보도개입 폭로 사건을 예고한 듯하다. 7일 오전, 여론미디어팀 최원형 기자를 만났다.
-법정에 나온 1면 사진을 보며 이노키(일본 프로레슬러)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강골이죠. 고집 세 보이고. 한때 기자들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는데 지금은 애증의 대상.”
-전화연결 잘 안되죠? 어젯밤(6일) 먼저 전화를 해왔다면서요.
“네. 인터넷으로 기사 읽고 팩트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어요. 자기가 질문을 잘못 알아듣고 답한 게 있다고. 바로 온라인에는 반영해주었죠. 종이신문에도 바로잡아줄 거고요.”
-아직까지 한국방송 직원이죠?
“방송국 내 방송문화연구소로 출근해요. 2014년 5월 당시 길환영 사장 보도개입 실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했다가 정직 4개월 먹었어요. 징계무효소송 중이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통화 내용 음성파일 공개는 정치적 파급효과가 컸어요.
“세월호 특조위의 강제종료를 막아주길 바랐는데, 아쉬운 대목이 있어요. 보도개입을 막으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쉬운 과제가 아니고요.”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