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저녁 편집회의를 마치고 백기철 편집국장(앞줄 왼쪽 셋째)이 편집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일 제작한, 헌재의 탄핵 선고날인 10일 아침 독자들에게 배달할 신문 1면이 뒤로 보인다.
2017년 3월17일. ‘편집국장 백기철’ 이름으로 마지막 신문 만든다. 1년 임기의 끝, 새로운 시작. 1에 관해 물었다.
-1년이라는 시간.
“1년 세월이 2~3년 된 듯. 총선 직후 청와대 간담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만난 것으로 시작해, 그가 탄핵당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것으로 꽉 찬 1년.”
-1면의 기억.
“‘230만 촛불 국민을 믿고 탄핵하라’는 지난해 12월5일치 1면이 가장 남아요. 전날 대규모 촛불로 탄핵 국면 정리되던 상황 잘 담은 카피라 생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작 알린 지난해 9월20일치 1면 ‘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 역시 잊을 수 없고.”
-1등으로 많이 쓴 낱말.
“이게 맞나요? 편집회의 때 자주 한 말. 스테레오타입 진보, 뻔한 진보 하기 싫었으니까. 우리 주장 정말 옳은지 따져보고, 맞다면 설득력 있게 제시할 방법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쉬움, 1도 없나요?
“무척 많지만… 그냥 후회 없는 1년이라 해두죠.”(웃음)
-일요일에 딱 1번 쉬셨는데.
“내가 없으면 후배들 더 잘할 것 같아 꿋꿋이 자리 지켰죠.(웃음) 편집국이 종이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확 바뀌면 이런 낡은 관행도 사라지지 않을지.”
-더 하실 말씀 1가지만.
“한겨레 기자들 1년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국민과 함께 ‘박근혜-박정희 유신시대’ 종식시킨 기자들에게 독자 여러분, 박수 한번 보내주세요.”
백기철 편집국장과 몌별(袂別)을. 지난해 6월 한국 신문 역사상 1번째로 탄생한 ‘뉴스룸 토크’도 오늘 1번째 작은 매듭.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를 준비하는 시간. 딱 1분간 머뭇거리다 인사. 그럼 저도 이만. 굿바이.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2016년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 앞서 백기철 <한겨레> 편집국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심이 촛불집회로 폭발하던 2016년 12월5일치 1면.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이 K스포츠재단에 개입한 정황을 최초로 보도한 2016년 9월20일치 <한겨레>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