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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민 공감하게 특사제도 개선”말뿐

등록 2016-08-09 10:38수정 2016-08-09 10:41

[밥&법] 대통령 특사 예상 회장님들 자격

청와대 작년 언급뒤 감감무소식
독일 복잡한 검증절차 거쳐 결정
미국선 ‘대통령 맘대로’ 비난 일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면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사면 제도를 제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초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사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루 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법무부 관계자 등이 모여 특별사면 제도 개선 관계기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법무부에 실무작업반을 설치해 그해 상반기 중에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개선 방안은 1년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팀을 만들어, 외국 사례 등을 계속 연구 검토하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데, 다른 부처의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별다른 제도 개선 없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복절 특별사면이 단행되는 셈이다.

사면법은 1948년 제정된 뒤 지금까지 세 차례 개정됐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진 건 2008년 개정 단 한 차례다. 2008년 개정법은 법무부 내 사면심사위원회를 도입하는 한편, 사면 심의서는 사면 직후 즉시, 관련 회의록은 5년 후 각각 공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2011년 개정법은 심사공개 범위와 시기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격상시킨 것이었고, 2012년 개정은 오랜 법률용어를 수정한 수준이었다.

특별사면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의 핵심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감옥에 갇힌 재벌 총수나 정치인, 공직자를 대상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해왔다.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비판세력을 끼워넣기도 했지만,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한 사면이 훨씬 많았다. 특별사면 단행 횟수도 매우 잦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이 9차례 이뤄지는 동안 특별사면은 95차례나 단행됐다. 연평균 1.3회꼴이다. 절차가 까다로운 일반사면을 대신해 제어장치가 없는 특별사면을 남발해온 것이다.1980년 이후로는, 전두환 정부 14회, 노태우 정부 7회, 김영삼 정부 9회, 김대중 정부 6회, 노무현 정부 8회, 이명박 정부 7회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올해 광복절 특사가 세 번째다.

법조계나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특별사면에 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현행 사면 절차는, 법무부 안에 설치된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법무부 장관이 상신을 하면 대통령이 재가하는 순서를 따른다. 이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해 실시된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위원장) 등 내부위원 4명(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대검 기조부장)과 장관이 위촉한 5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다. 형식적으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을 선정해 심사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의 하명 명단을 심사위가 추인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8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특별사면권의 남용문제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특별사면과 관련해 법률이나 국회·법원 등 외부기관을 통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대 국회에서도 형기를 채운 정도나 특정 범죄를 제외하는 등 최소한의 제한 장치를 두도록 하고, 국회나 법원 등의 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하자는 법률안 등이 11건이나 제출됐지만 폐기처분됐다.

외국의 경우 특별사면에 대한 일정한 제한 장치를 두고 있다. 미국은 구금되지 않고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 5년이 지나야 특별사면 청원을 낼 수 있고, 구금된 경우엔 구금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사면 청원을 할 수 있다. 살인 등 중범죄는 제외되고, 범죄 피해자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 140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것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부통령의 최측근인 스쿠터 리비를 사면한 것에 대해서는, 거센 여론의 비판과 사면권 남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일은 특별사면권에 대해 권한 자체를 제한하지 않지만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두고 있다. 수형자나 교도소장 등이 사면 요청을 하면, 수사기관 등을 통해 대상자에 대한 조사를 하고, 법원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물은 뒤 사면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은 우리의 특별사면과 비슷한 제도로 ‘개별은사’ 제도를 두고 있는데,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신청을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특별사면에 대한 신청 제도를 두고 있고, 이를 심사하는 실질적인 절차가 있으며, 특정 범죄나 형기를 제한하는 등의 견제 장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

20대 국회 들어 첫 사면법 개정안(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7일 발의됐다. 개정안은, 정치사범과 대형 경제사범, 대통령의 친인척 등의 사면을 금지하는 게 뼈대다. 특히 경제사범의 경우, 횡령·배임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특사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는 재벌 총수들은 모두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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