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골프장에 간다. 골프는 안 치고 골프장 주변을 돈다. 땅을 파기도 한다. 삽으로 파지 않고, 기록을 뒤져서 판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신리 기흥컨트리클럽 내 차명 의혹 땅 소유자를 밝힌 법조팀 서영지 기자도 그중 하나다.
“3815㎡(1100여평)에 이르는 골프장 내 148번지가 의심스럽다고 누군가 알려줬어요. 이아무개씨 명의지만 주인이 아니라는 거예요. 대법원 사이트로 들어가 등기부등본을 뗐더니 송아무개라는 사람과 소유권을 다툰 기록이 나왔죠. 거기서 송씨 주소를 알아냈어요. 사라진 주소더라고요. 다시 그 근처 일대의 등기부등본을 샅샅이 뗐죠. 마침내 송씨 소재지를 찾아냈어요.
화성시 동탄면의 그 집으로 직접 갔어요. 송씨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어요. 대신 송씨 아내와 팔순의 어머니를 만났죠. 8촌 친척 부부도 봤어요. 송씨 어머니가 명쾌히 증언해줬어요. 148번지 땅 실소유주는 기흥컨트리클럽의 주인인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이라고.
행운도 있었죠. 송씨의 8촌 친척 아내는 하필 기흥골프장에서 10년간 일했던 분이었어요. 덕분에 148번지 소유자로 돼 있는 이씨가 기흥컨트리클럽의 총무계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아냈죠. 송씨는 그 땅을 놓고 이씨와 송사를 벌였는데, 그 와중에 병을 얻어 숨졌대요.
땅 이야기가 말이죠. 되게 복잡해요. 취재도 어렵지만 기사 쓰기는 더 머리 아파요. 아시죠? 삼남개발 이상달 회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돌아가신 장인이라는 거. 냄새가 나잖아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거든요. 상속세 안 물게 하려고 이아무개씨한테 명의를 넘겨놓은 정황이 뚜렷해요. 탈세 목적이죠. 이 기사를 쓰고 나니 기흥컨트리클럽 안에 있는 ‘무허가 별장’에 대한 제보가 팀으로 오더라고요.”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