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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장씩 넘기면 ‘구의역’ 승강장서 울던 여성·친구들 생각나”

등록 2016-08-23 21:56수정 2016-08-24 19:11

포스트잇 추모 메시지 모아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 책 펴낸 청년들

구의역 사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흙수저당·청년 전태일 소속 청년 등
포스트잇 사진·친구들 편지글 엮어
“‘제2의 김군’ 안 나오도록 기록한 것”
인세는 ‘김제동과 어깨동무’에 기부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왼쪽)와 박철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중연합당 사무실에서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의 집필진 대표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왼쪽)와 박철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중연합당 사무실에서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의 집필진 대표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구의역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의 모습 이면엔 하청업체 비정규직 파견근로, ‘메피아’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어요. 이런 부조리함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한 청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김군의 사고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던 서울메트로도 사과를 하는 등 변화가 이뤄진 게 아닐까 싶어요.”

민중연합당 내 청년정당인 흙수저당에서 활동하는 박철우(33)씨는 지난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아무개(19)군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 뒤, 또래 청년들과 구의역 승강장으로 달려갔다. 박씨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던 정수연(27)씨는 이틀 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김군을 기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www.facebook.com/guuiscreendoor)이란 추모 페이지를 열었다. 정씨에 뜻에 공감한 청년들은 사고 책임을 개인의 실수로 돌리는 이 사회에 대해 “김군의 잘못이 아니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추모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과 포스트잇에 담긴 추모 메시지들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이 추모 페이지에 올렸다.

“3분이면 익는 컵라면 한 그릇도 못 먹을 만큼 바빴던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부조리한 구조를 바꿔서 나중에 꼭 알려드리고 싶은데 그때까지 편히 쉬세요. 미안해요.” “‘규정’은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사고가 났을 때 당신들의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것입니까? 몰염치한 세상입니다.” 당시 시민들이 슬픔과 분노의 마음을 꾹꾹 눌러 써 구의역 9-4 승강장 유리문에 붙인 포스트잇 메시지는 이 페이스북 페이지 덕분에 ‘#너의잘못이아니야’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온라인을 통해 더 멀리 퍼져나갔다.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 ‘청년전태일’에서 활동하는 김종민(31)씨도 박씨 등과 함께 구의역 추모 현장을 페이스북으로 전달했던 이들 중 하나다. 김씨는 “처음엔 ‘미안하다’던 시민 메시지가 날이 시간이 갈수록 ‘연대’, ‘다짐’으로 바뀌어갔다”며 “시민들이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로 받아들이고, 외면하지 말고 바꿔야 하는 문제로 여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페북 페이지를 운영하던 청년 8명은 지난 6월27일 구의역 승강장을 채웠던 포스트잇 메시지와 추모품이 서울시 청사로 옮겨진 뒤, 당시의 추모 메시지들을 모아 최근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란 책으로 엮어서 세상에 내놨다. 김씨는 “구의역 추모객으로 온 사람들 중엔 김군 또래의 청년들이 유독 많았다”며 “구의역 참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또 다른 김군’이 나오지 않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책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10개의 키워드로 정리된 수많은 포스트잇 사진들과, 김군의 친구들이 전하는 편지글이 담겨 있다. 추모 기간 내내 유가족의 곁을 지켰던 박씨에게 이 책은 ‘잊지 않겠다’고 김군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책장을 넘기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몇 시간을 통곡했던 중년 여성, 김군의 친구들, 전단지 나눠주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틈틈이 현장을 찾아왔던 30대 청년까지 많은 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며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찾아온 이들이 행동하겠다는 다짐의 문구를 적어 고인에게 띄웠다는 점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책 판매로 거둬들이는 인세 등 수익금 전액을 방송인 김제동씨가 만든 공익활동단체 ‘김제동과 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에 기부해 공익사업에 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어깨동무는 김군 추모기간 당시 전국에 있는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서울 지하철 구의역 9-4 승강장에 국화 5000송이를 마련해 시민들의 이름으로 헌화한 바 있다. 출판사는 9월께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 이북(ebook)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알려왔습니다>

김제동과 어깨동무 쪽은 24일 오후 <한겨레>에 “구의역 운영자 분들의 책 인세 기부 제안에 감사한 마음”라면서도 “어깨동무 내부 구성원들이 재논의를 거쳐 어깨동무보다 좀 더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게 인세 기부금이 쓰여지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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