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씨의 부인 박경숙(뒷줄 왼쪽 둘째)씨가 사건 당시 영상을 보다 눈물을 훔치자 딸 백도라지(뒷줄 맨 왼쪽)씨가 위로하고 있다. 당시 경찰을 지휘했던 구은수(앞줄 왼쪽부터) 전 서울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증인들도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밥&법] 백남기 청문회의 하루
첫 투입요원이 물대포 쐈다
첫 투입요원이 물대포 쐈다
“뇌 절반 이상이 손상됐다. 혈압과 혈당 등 모든 것이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다. 심장만 스스로 뛰고 있다. 병원에선 ‘주말 보내고 요양병원으로 모시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았다. 12일로 304일째 병상에 누워있다. 딸 도라지씨는 마침내 열린 국회 청문회에 나와 아버지 상태를 이렇게 전했다.
백씨가 천천히 죽음에 다가서는 동안 강신명 경찰청장은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23일 퇴임했다. 민간인이 된 그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적 책임이 인정되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재판에서 “(당시) 경찰의 시위진압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일찌감치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고발된 강 전 청장 등은 10개월째 제대로 된 검찰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에서는 경찰의 불법적인 살수차 운용 등 공권력 남용 사실이 확인됐지만, 최종 책임자인 강 전 청장은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심지어 청문회 관련 자료를 짜맞춘 의혹이 제기됐고, 불리한 자료는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진실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 청문회에서 드러난 ‘공권력의 민낯’을 지상중계한다.
‘직사땐 가슴이하 겨냥’ 지침에도
“그런 훈련 받은 적 없다”
야당 “백남기씨에게 직사하고
곡사살수로 보고서 조작”
강신명 전 경찰청장
“현장중계돼 거짓말 할 수 없어”
여당 “정당 불법시위 진압”
야당 “일부 불법있다고 폭력 쓰나
한상균 위원장 등은 복역
공권력 남용 경찰도 책임져야” ■1. “살수차 조종은 처음” 12일 청문회의 최대쟁점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 여부와 위험성, 그 자체였다. “(실제) 살수차 운용 경험이 몇 번째냐.”“현장에 투입된 것은 처음입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신변보호’를 위해 가림막 뒤에 앉아있던 증인의 답변이 들려왔다. 백남기 농민을 향해 살수차 물살 방향을 조정한 최아무개 경장이었다. 김 의원이 “모니터도 잘 안 보이고, 물보라 때문에 시야도 가려졌다고 하는데, 현장에 처음 투입된 사람이 살수차를 운용했다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재차 질문하자 최 경장은 “충분히 교육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간에 비 내리는 전쟁 같은 상황을 가정해서 교육훈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교육받을 수는 없다. 비가 오는 오후에 실전 훈련했고, 해진 뒤에도 받았다”고 답했다. 최 경장은 또 “사람을 향해 직사살수할 때 가슴 밑을 겨냥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바닥에 살수하는 훈련 위주로 했다”고 실토했다.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 시위참가자의 가슴 이하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살수차를 위해 장비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안전운용)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훈련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수차 운용자들이 사실상 ‘깜깜이 살수’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경찰 규정에는 살수차 내부에 80만 화소 이상의 모니터를 설치하게 되어 있으나, 41만 화소인 모니터가 설치돼 시위자가 잘 보이지 않아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살수차는 조준해서 사격하는 무기가 아니라서 (화소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규정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예산을 확충해 보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예산 타령’을 늘어놨다. 백 농민이 쓰러지기 전 ‘경찰이 경고살수와 곡사살수를 했다’는 보고와 달리 처음부터 직사살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 9호차에 부착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모두 7차례 물대포를 발사했고 곡사 살수와 달리 정확하게 시위대를 표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전 청장은 “당시 현장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경찰관이 거짓말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며 “보는 기준에 따라 경미하게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2. “보고서 짜맞추기 의혹” 살수차 사용 결과를 경찰이 제대로 보고했는지는 청문회를 달군 또 하나의 쟁점이었다. 김정우 더민주 의원은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가 사후에 짜맞추기식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보면, 여러 건의 보고서 문구가 정형화된 형태로 일치한다고 한다. 경찰의 부상은 자세히 기술하면서도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선 전혀 쓰지 않는 식이다. 서로 다른 보고서에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로를 이탈하여~ 수회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불법 시위하며 해산하지 않은 상황” 등 여러 건의 문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시간상으로 모순된 기록들도 발견됐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실체적 진실에 훨씬 가까울 경찰청의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 제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청 자체 조사가 사건 직후 진행됐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내용이 있다”며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와 재판 중이라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백재현 더민주 의원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경찰이 스스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위원장이 경찰의 보고서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규문 서울지방경찰청 청문 감사담당관은 “조사 중에 경찰이 고발당하면서 (조사를 중단했다. 따라서) 1차적인 조사밖에 없고, (최종적으로)청문감사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도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것처럼, 진술서도 마찬가지로(공개하지 않을) 성격이 있다.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제출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경찰 쪽을 거들었다. ■3. “시위대를 적으로 상정한 것” 지난해 11월 광화문 일대를 둘러쌌던 경찰차벽과 시위대를 겨냥한 직사포 운용을 두고, 야당 쪽에선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야당에선 ‘경찰의 정당한 폭력시위 진압’을 집중 지적했다.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당시 쌀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농민이 최후 수단으로 집회를 하려 했는데, 금지 통고되고 경찰차벽이 설치되자 일부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서 “그렇다 해도 일부 시위대의 불법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전 청장은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답했다. 애당초 경찰이 시위대를 적으로 상정하고 대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고인으로 나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경찰이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이것은 경찰이 체제(수호) 차원에서 시위대를 적으로 두고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갑호비상령은 계엄 직전 상황이나, 테러 등으로 인해 치안 질서가 극도로 혼란할 때 발동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현하려고 모인 것이라 (발동사안에)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장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상균 위원장 재판을 한 서울중앙지법에서도 노조 집행부가 밧줄과 사다리를 보관해 폭력 집회 계획을 하고, ‘이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했다는 걸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불법 집회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불법 시위를 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른 많은 분도 복역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시위로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왜 경찰은 공권력 남용을 책임지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4.그리고 사과는 없었다 ‘내 책임’이라는 책임자는 없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전방위적 압박에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2005년 농민 전용철씨가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하고,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사직한 일 등을 거론하며 강 전 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법적인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표 의원은 지난 7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일부 시위대 머리에 물을 뿌리는 등 일부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고 적시한 점, 강 전 청장이 부산경찰청 경찰관과 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등에 사과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그때는) 법적으로 명확한 것 없었는데 왜 사과했냐”고 따졌다. 강 전 청장은 “부산청 사건은 당시 사실관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사과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후에서야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과 가족분들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 말씀하겠다”며 청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안타까움을 표한 강 전 청장은 “수사 결과 공권력 남용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책임질 것인가”라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그렇게 판단이 나오면)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 말을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김지훈 허승 고한솔 기자 watchdog@hani.co.kr 물대포 위력은?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힘보다 더 큰 위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동적인 움직임을 수치로 해석하는 ‘전산유체역학전문가’가 나와 이와 관련한 상세 설명을 내놨다. 참고인으로 나온 노아무개씨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 토크(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힘)가 363kgf-m인데, 지금 현재 나온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토크 값이 260kgf-m”이라며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위력으로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노씨는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쏜 수압이 15바(bar)라고 하는데 이는 50층 건물 꼭대기, 150m 높이까지 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살수차를 납품한 ㅈ업체에 근무했던 ㄱ씨는 지난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살수차 수압은 소방호스 수압보다 세다. 소방호스는 수압 때문에 두명이 들어도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노씨는 “쿵후 유단자가 펀치를 가했을 때의 힘이 220kgf 정도인데 이 펀치보다 더 큰 위력으로 물대포가 발사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20초가량 물대포를 쐈다. 쿵후 유단자의 펀치를 20초가량 온몸으로 맞은 셈이다.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그런 훈련 받은 적 없다”
야당 “백남기씨에게 직사하고
곡사살수로 보고서 조작”
강신명 전 경찰청장
“현장중계돼 거짓말 할 수 없어”
여당 “정당 불법시위 진압”
야당 “일부 불법있다고 폭력 쓰나
한상균 위원장 등은 복역
공권력 남용 경찰도 책임져야” ■1. “살수차 조종은 처음” 12일 청문회의 최대쟁점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 여부와 위험성, 그 자체였다. “(실제) 살수차 운용 경험이 몇 번째냐.”“현장에 투입된 것은 처음입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신변보호’를 위해 가림막 뒤에 앉아있던 증인의 답변이 들려왔다. 백남기 농민을 향해 살수차 물살 방향을 조정한 최아무개 경장이었다. 김 의원이 “모니터도 잘 안 보이고, 물보라 때문에 시야도 가려졌다고 하는데, 현장에 처음 투입된 사람이 살수차를 운용했다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재차 질문하자 최 경장은 “충분히 교육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간에 비 내리는 전쟁 같은 상황을 가정해서 교육훈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교육받을 수는 없다. 비가 오는 오후에 실전 훈련했고, 해진 뒤에도 받았다”고 답했다. 최 경장은 또 “사람을 향해 직사살수할 때 가슴 밑을 겨냥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바닥에 살수하는 훈련 위주로 했다”고 실토했다.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 시위참가자의 가슴 이하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살수차를 위해 장비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안전운용)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훈련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수차 운용자들이 사실상 ‘깜깜이 살수’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경찰 규정에는 살수차 내부에 80만 화소 이상의 모니터를 설치하게 되어 있으나, 41만 화소인 모니터가 설치돼 시위자가 잘 보이지 않아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살수차는 조준해서 사격하는 무기가 아니라서 (화소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규정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예산을 확충해 보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예산 타령’을 늘어놨다. 백 농민이 쓰러지기 전 ‘경찰이 경고살수와 곡사살수를 했다’는 보고와 달리 처음부터 직사살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 9호차에 부착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모두 7차례 물대포를 발사했고 곡사 살수와 달리 정확하게 시위대를 표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전 청장은 “당시 현장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경찰관이 거짓말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며 “보는 기준에 따라 경미하게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2. “보고서 짜맞추기 의혹” 살수차 사용 결과를 경찰이 제대로 보고했는지는 청문회를 달군 또 하나의 쟁점이었다. 김정우 더민주 의원은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가 사후에 짜맞추기식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보면, 여러 건의 보고서 문구가 정형화된 형태로 일치한다고 한다. 경찰의 부상은 자세히 기술하면서도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선 전혀 쓰지 않는 식이다. 서로 다른 보고서에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로를 이탈하여~ 수회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불법 시위하며 해산하지 않은 상황” 등 여러 건의 문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시간상으로 모순된 기록들도 발견됐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실체적 진실에 훨씬 가까울 경찰청의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 제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청 자체 조사가 사건 직후 진행됐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내용이 있다”며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와 재판 중이라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백재현 더민주 의원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경찰이 스스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위원장이 경찰의 보고서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규문 서울지방경찰청 청문 감사담당관은 “조사 중에 경찰이 고발당하면서 (조사를 중단했다. 따라서) 1차적인 조사밖에 없고, (최종적으로)청문감사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도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것처럼, 진술서도 마찬가지로(공개하지 않을) 성격이 있다.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제출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경찰 쪽을 거들었다. ■3. “시위대를 적으로 상정한 것” 지난해 11월 광화문 일대를 둘러쌌던 경찰차벽과 시위대를 겨냥한 직사포 운용을 두고, 야당 쪽에선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야당에선 ‘경찰의 정당한 폭력시위 진압’을 집중 지적했다.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당시 쌀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농민이 최후 수단으로 집회를 하려 했는데, 금지 통고되고 경찰차벽이 설치되자 일부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서 “그렇다 해도 일부 시위대의 불법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전 청장은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답했다. 애당초 경찰이 시위대를 적으로 상정하고 대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고인으로 나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경찰이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이것은 경찰이 체제(수호) 차원에서 시위대를 적으로 두고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갑호비상령은 계엄 직전 상황이나, 테러 등으로 인해 치안 질서가 극도로 혼란할 때 발동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현하려고 모인 것이라 (발동사안에)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장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상균 위원장 재판을 한 서울중앙지법에서도 노조 집행부가 밧줄과 사다리를 보관해 폭력 집회 계획을 하고, ‘이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했다는 걸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불법 집회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불법 시위를 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른 많은 분도 복역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시위로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왜 경찰은 공권력 남용을 책임지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4.그리고 사과는 없었다 ‘내 책임’이라는 책임자는 없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전방위적 압박에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2005년 농민 전용철씨가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하고,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사직한 일 등을 거론하며 강 전 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법적인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표 의원은 지난 7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일부 시위대 머리에 물을 뿌리는 등 일부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고 적시한 점, 강 전 청장이 부산경찰청 경찰관과 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등에 사과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그때는) 법적으로 명확한 것 없었는데 왜 사과했냐”고 따졌다. 강 전 청장은 “부산청 사건은 당시 사실관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사과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후에서야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과 가족분들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 말씀하겠다”며 청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안타까움을 표한 강 전 청장은 “수사 결과 공권력 남용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책임질 것인가”라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그렇게 판단이 나오면)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 말을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김지훈 허승 고한솔 기자 watchdog@hani.co.kr 물대포 위력은?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힘보다 더 큰 위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동적인 움직임을 수치로 해석하는 ‘전산유체역학전문가’가 나와 이와 관련한 상세 설명을 내놨다. 참고인으로 나온 노아무개씨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 토크(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힘)가 363kgf-m인데, 지금 현재 나온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토크 값이 260kgf-m”이라며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위력으로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노씨는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쏜 수압이 15바(bar)라고 하는데 이는 50층 건물 꼭대기, 150m 높이까지 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살수차를 납품한 ㅈ업체에 근무했던 ㄱ씨는 지난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살수차 수압은 소방호스 수압보다 세다. 소방호스는 수압 때문에 두명이 들어도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노씨는 “쿵후 유단자가 펀치를 가했을 때의 힘이 220kgf 정도인데 이 펀치보다 더 큰 위력으로 물대포가 발사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20초가량 물대포를 쐈다. 쿵후 유단자의 펀치를 20초가량 온몸으로 맞은 셈이다.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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