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학교에 갔다. 딸을 위해 딸의 학교에 갔다. 모정은 위대했다. 음지의 엄마는 기꺼이 양지로 나왔다. ‘딸을 건드리지 마라.’ 어쩌면 그것은 역린의 역린이다. 왕의 비늘 속에 감춰진, 또 다른 비늘. 취재를 한 류이근 기자다.
-올해 봄, 최순실씨는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의 손 잡고 이화여대 갔어요.
“딸이 계속된 결석으로 제적 경고 당하자 지도교수 방문했죠. 언쟁을 벌인 뒤 지도교수 갈아치웠고.”
-이 사건은 어떤 의미가 있죠?
“자연인 최순실이 ‘깽판’ 부렸다면 가십거리. 대통령의‘비선 실세’라는 사실, 이대 교수들도 알잖아요. 왜 학장, 학과장까지 만났겠어요. 이건 퍼즐의 한 조각일 뿐.”
-27일치 기사에서 ‘딸 지도교수 방에 노크 없이 들어갔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사에 안 쓴 상황 있다면?
“많이 안 썼죠.(웃음) 학장과 학과장 만난 뒤 갔으니, 윗선에서 정리 다 됐다고 느꼈겠죠. 근데 복병 만났어요. 지도교수가 고분고분하지 않았으니. 여기까지만.”
-이 해프닝이 ‘국정 농단’과 어떤 관계죠?
“권력이 다양하게 투사됐잖아요. 재단 설립과 인사, 공무원 경질, 딸의 학사행정. 이것이 최순실이라는 한 인물과 하나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
-승마선수인 딸. 역린의 역린, 맞아요?
“최순실이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겠어요. 딸 문제 앞에선 눈 돌아가는 거죠.”
-최순실은 왜 양지로 나왔을까, 수수께끼 풀리는 대목.
“2013년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불러 최순실 딸의 승마대회에 얽힌 문체부 국장·과장을 ‘나쁜 사람’으로까지 지칭하게 하잖아요. 리스크가 큰 줄 알면서도, 최순실이 직접 나선 거죠.”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가 2013년 7월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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