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백남기(69) 씨에게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노컷뉴스
화나는 뉴스다.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을 신청한 경찰과 이를 법원에 청구한 검찰. 한 번 기각당하자 다시 부검 영장 들이민 검·경의 오기. 그리고 법원의 영장 조건부 발부. 김원철 24시팀장과 이춘재 법조팀장이 부검에 집착하는 경찰·검찰·법원의 심리를 부검했다. 다음은 그 소견서다.
경찰 전형적인 ‘밑져야 본전’ 심리.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으로 규정된 판을 흔들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 부검해서 밑질 게 없음. ‘혹시 숨겨져 있던 지병이라도 나올까?’ 하는 도박심리에, 최근 새로 짜인 수뇌부 맘에 들고 싶은 실무자의 인정 욕구까지. 거기에 늘 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내 식구’ 지켜주자는 싸구려 동지애도 한 줌. 아 참, ‘빨간 우의 남성 가격설’을 창조해낸 ‘일베’의 음성적 지원 바라는 공짜심리도 있군. 참 심란하다, 이 조직.(김원철)
검찰 특유의 ‘잔꾀 부리기’. 검찰은 “법의관에게 문의한 결과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이유를 댐. 하지만 법원이 ‘병원 진료 기록만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로 기각한 영장을 굳이 재청구한 것은 다른 의도가 보임. 검찰이 현재 유족 등이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1년 가까이 뭉개는 것과 관련 있어 보임. 유족들 반대로 부검 안 되면 이를 핑계로 결론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기 때문.(이춘재)
법원 고질적인 ‘소심증’ 상태. 병원 진료 기록만으로 사인 규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면 과감하게 기각하면 되는데도, 굳이 ‘유족과 협의’ 조건을 달아 발부한 것은 법원 내부(수뇌부)와 외부(집권 세력)의 압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임. 부검 성사 여부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법관 특유의 ‘몸 사리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임.(이춘재)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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