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농성 닷새째를 맞은 9월30일 오후 농성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것은 조롱이 아니다. 짠하지 않아 오히려 슬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뜻한 바 있어 곡기를 끊었다. 끝내 병원에 실려 갔다. 감동은 없다. 불감증인가. 그가 속한 당을 오래 출입한 황준범 정치데스크도 그런지 궁금했다.
-마음이 어떤가요?
“몹시 안타깝고 실망스러워요.”
-측은함은 없나요?
“단식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대표가 됐으나 기반이 허약했잖아요. 여기저기 눈치 보는 모습도 보였고. 결국 불쑥 극단적 행동 해버린 거잖아요. 친박 주류로서 입지 공고했다면 다른 방법 찾았을 텐데.”
-다른 방법이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국감 단단히 하도록 맡기고, 본인은 정세균 국회의장 및 다른 야당 대표들과 대화로 풀었어야죠. ‘맨입’ 발언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가 자기들 눈에 부당했다면 그걸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 찾았어야죠.”
-본인은 그래도 목숨 걸었다고….
“조롱하기 어렵죠. 그런데도 단식 시작부터 끝까지 ‘왜 하지? 왜 했지?’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아요.”
-왜 한 걸까요?
“결과적으로는 국감에서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 우병우, 최순실 이런 문제 불붙는 걸 막아준 성과 남았죠.”
-성과가 없지 않네요.
“억지로 하는 이야기죠. 다른 말로 하면, 대통령 심기 덜 불편하게 하기. 그게 재집권 노리는 당 대표가 할 일인가요? 미르 등등 잠시 덮는다고 다시 안 튀어나올 거라 믿나 보지요?”
-당 대표 잘못 뽑은 거네요.
“우려했던 일 나타난 거죠. 제발 어디를 바라보며 정치해야 할지 정리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명분과 목표 헷갈리면 하지 말아야죠. 쓸데없이 ‘욱’하면 개인도 당도 나라도 망해요. 몸 잘 회복하셔서 퇴원하시길.”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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