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맞이 맞춤법 이야기 마지막 회. 어색한 표현이 둥둥 떠다니는 활자의 바다에서 교열기자는 오늘도 탄식한다. 김인숙 교열팀장이다.
-‘이건 아니다’ 싶은 거 또 많죠?
“‘자신의’ ‘스스로의’는 정말 불필요. 이 대통령은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일한 ‘자신의’ 경험 이야기하면서… 김 사장이 과거 ‘스스로의’ 소신 따라 독재정권 찬양했다면…. 자신의! 스스로의! 필요해요?”
-‘시키다’도 그렇죠.
“촉발시키다, 왜곡시키다 따위. ‘~하다’로 하면 되죠. 촉발하다, 왜곡하다.”
-<한겨레> 기자들만 그런가요?
“요즘 팟캐스트 듣다 보면 ‘보여지다’라는 말 특히 거슬려요. 연락처 알아내 지적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
-그런 말 쓰지 말아야 한다 라고 봅니다. 이런 말도….
“맞아요. ‘아니냐라는 것이죠/ 그렇다라면/ 어려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주 쓰잖아요. 여론주도층에서 그렇게 말하니 따라 하잖아요. 방금 팟캐스트에서 또 ‘산다라는 것은’이라 했어요. ‘산다는 것은’이면 될 텐데.”
-띄어쓰기 너무 어려워요.
“맞춤법 존중과 현실 인정 사이에서 맨날 줄타기. 가령 ‘첫 번째’가 맞지만 신문에선 ‘첫번째’도 용인하거든요. ‘집채만 한 파도’도 ‘집채만한 파도’로 쓰고. 근데 기자들이 맞게 써올 땐 굳이 틀리게 바꿔야 하나 괴롭죠.”
-‘채솟값’인가요, ‘채소값’인가요?
“우윳값/우유값, 순댓국집/순대국집, 참나무과/참나뭇과냐. 괴로워~. R표기도 피아르/피알, 디에스엘아르/디에스엘알로 할지. 고민에 빠뜨리죠.”
-ㅋㅋ ㅎㅎ ㅠㅠ는 한글 파괴입니까?
“ㅎㅎ 봐줄 만해요. 딱 거기까지만.”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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