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일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교내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화여대 학생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본의, 본의 아니게 역린 건드려온 셈이다. 넉 달째 본관 점거하고 농성 중인 이화여대 학생들이 그렇다. 학교 일인 줄만 알고 싸웠는데, 얽히고설켜 정권 비선 실세 모녀의 낯선 얼굴과 맞닥뜨린 형국이다. 취재 참여한 고한솔 기자다.
-학생들 당황스러워하겠네요.
“출입 막고 있어 본관엔 못 들어가 봤어요. 농성장 분위기 전해 들었는데, 다시 뜨겁게 달궈진다고.”
-미래라이프대 설립 반대로 출발했는데.
“최경희 총장과 그 측근 상당수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특혜 의혹과 엮여 있음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잖아요. ‘이쏘공’이라 한대요. 이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대는 미르재단 문제 곁가지로만 여겼는데 점점 커져요.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 봤다고 말해줬어요. ‘총장 나갔으면 하고 땅 팠는데 고구마도 나오고 금동대향로도 나오고 막 무령왕릉도 나온다. 나중엔 경주 왕궁터도 나올 것 같다.’ 웃기면서 슬프죠. 저도 이게 끝 아니라는 예감 들어요.”
-정유라가 의류산업학과 계절학기(중국 패션쇼) 학점 특혜 의혹 받잖아요. 아시안게임 승마 금메달리스트인데, 그 정도 편의 봐주는 건 대학에서 관행적이라는 의견 있어요.
“김연아(고려대), 박태환(단국대) 선수도 최선 다해 수업 듣는 모습 보여줬대요. 유라 학생은 보고서 제출도, 패션쇼 참여도 안 했고 중국 가서도 따로 움직였어요. 편의 봐준다 해도 학점 이수할 최소한의 노력도 안 했다고 학생들은 보는 거죠. 그래서 더욱 분노하고요.”
-이대생 정유라는 이대에 어떤 존재?
“혜성처럼 나타나 학교 운명에 파란 일으킨 유령. 배꽃(梨花)에 불붙인 도화선.”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9월28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학원관 앞에서 국회 교문위 위원들과 만나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